北에서 여성이 바지 입다 단속되면 벌금은? ‘강냉이1kg’

▲사리원역 앞에서 보안원들이 짐꾼들을 통제 감시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 조평통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19일 ‘민족 옷을 즐겨 입도록’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민족성은 언어나 예의도덕뿐 아니라 옷차림에서도 나타난다. 민족 옷을 즐겨 입도록 하고 특히 여성들이 입는 치마저고리는 세상에 자랑할 만하다. 여성들이 조선치마저고리를 적극 입을 데 대해 장려해야 한다”고 한 김정일의 교시를 소개했다.

이처럼 치마 입기가 한 번씩 ‘방침’이나 ‘지시’로 내려오면 하루 먹고 하루 사는 데 급급한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게 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치마저고리를 민족의 고상함이라는 빌미로 입을 것을 강요하기 때문에 출근길이나 생활에서 북한 여성들은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다.

사실 치마저고리는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으로 어깨가 흘러내리고 목선이 얇은 조선 여성들의 몸매에 잘 어울리는 의상이다.

북한의 여성들도 결혼식이나 명절, 선거와 같은 행사, 특히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다발 증정식을 갈 때면 치마저고리를 즐겨 입는다. 갖가지 아름다운 조선옷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에 가득할 때면 이를 보는 남성들은 저절로 입이 싱글벙글 해진다.

그런데 왜 이처럼 아름다운 치마저고리를 입으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북한 여성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지시로 되는 것일까?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매일 고군분투하는 북한 여성들에겐 일반 치마나 치마저고리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치이기 때문이다. 예쁜 치마를 입고 좋은 음식점에 가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자면 치마 저고리만한 옷이 없다.

하지만 장마당과 골목장에서 자기 몸의 두 배나 되는 짐을 지어 나르고 매대에 이를 전시하고 하루 종일 손님들과 씨름하는 여인네들에게, 골목마다 물건을 팔다 규찰대가 들어 닥치면 잽싸게 도망가야 하는 골목장 장사꾼여성들에게, 석탄 기차라도 지나가면 그 밑으로 잽싸게 들어가 석탄을 날라야 하는 북한의 여성들에게 치마를 입고 고상하게 다니라는 말은 정말 생뚱한 말처럼 들리게 된다.

주로 여름철에 여성들은 무조건 치마를 입으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간부들은 ‘장군님의 지시는 곧 법이다’며 실정에 상관없이 무조건 주민들에게 내려 먹인다.

중앙당에서 도당, 시당, 군당을 거친 지시문은 제일 하층조직까지 내려와 주민들게 전달된다. 하층의 실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단 간부들은 이러한 지시가 허망하다는 것을 속으로 알면서도 당과 수령에 충성해야 만이 보전할 수 있는 자리에 연연해 단속에 나선다.

보통 대학생규찰대나 노동자 규찰대 등을 동원해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점심에 길목마다 막아서서 출근하거나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이 치마를 입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요령 있는 여성들은 거리를 다닐 때 치마단속 때문에 바지를 입고도 가방 안에 치마를 넣어가지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규찰대들이 눈에 뜨이면 눈치껏 골목에 들어가 치마로 바꿔 입는다. 바쁠 때는 바지 위에 치마를 입고 종아리 부분을 걷어 올려서 치마만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막상 직장에 가면 이런 것을 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은 바지를 입고 바삐 출근하는 여성이 생각지도 못했는데 골목에서 바지를 단속하는 규찰대와 마주치게 됐다.

당시 이 여성이 다니던 직장은 집에서 도보로 40분가량 가야 하는 거리였으므로 아침과 저녁 출퇴근이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될수록 간편하게 바지를 입고 출근을 하고 싶었으나 ‘치마단속’ 때문에 아침마다 짜증이었다.

북한은 아직도 도시에 버스가 많지 않아서 출근길이 바쁜 일부 사람들은 “세월 없는 버스를 타느니 11호차(양 발로 걷는 것)가 제일이다”며 걸어다니는 경우가 많다.

규찰대가 이 여성에게 “왜 치마를 입고 출근하지 않는가?”라고 하자 당황한 여성이 “가방 안에 치마가 있는데 너무 바빠서 미처 입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서 곧 갈아입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규찰대원은 “왜 (김정일의) 친필지시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가? 하라는 대로 안하면 벌금내는 줄 모르는가”라면서 당장 벌금을 내라고 채근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속 단체와 이름을 적어 시당에 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당비서가 ‘바지 단속에 걸리면 직장 망신이다. 나도 시당에 불려가 비판을 받고 새벽에 3방송을 통해 이름이 공개되기 때문에 절대 단속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을 들은 바 있어서 이 여성은 울상이 되었다.

단속된 사람은 1년간 직장 총회에서 비판대상이 돼야 하므로 그보다 싫은 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해도 끝내 들어주지 않아 돈이 단속원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억울한 대로 가방에 있던 돈을 꺼내주고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제 통화한 함북 새별군의 김씨 여성(35)은 “지금도 치마단속 세게 하느냐”고 물으니 단번에 “그 미친 짓을 안 할 정도면 조선은 열 번도 바뀌었을 것이다”면서 “지금은 치마 단속에 걸리면 700원씩 내라고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누가 치마나 치마저고리 입을 줄 몰라 못 입는가?, 1년 열두 달 먹고살기도 바빠 죽을 지경인데 무슨 치마타령이냐”면서 “치마를 입으라고 말만 하지 말고 치마를 입고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일은 자신의 취향대로 ‘치마저고리가 좋으니 입으라’는 지시를 내리지만 그것이 북한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말인지 알지 못한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지시가 결국 장사하지 말고 굶으라는 소리인데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한 정치인의 말처럼 김정일은 참 나쁜 사람이다. 북한은 여성들이 치마든, 바지든, 반바지든 거리낌 없이 입을 자유가 오면 그때가 바로 인민들이 수령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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