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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은 우리가 듣던 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만나보니 맞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에 제가 놀란 것은 국정 전반을 아주 소상하게 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개혁이니 개방이니 이런 것에 대해 말하면 자신의 소신과 논리를 아주 분명히 체계적으로 표현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21일 출간됐다. ‘성공과 좌절'(부제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도서출판 학고재)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남북 정상 회담 시 김정일에 대해 받았던 인상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융통성이 있고, 유연하게 결정들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회고록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며칠 전까지 집필한 것으로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으로 이루어져 그 속에서 생전에 있었던 자신의 정치 생활과 그 소회를 털어 놨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국보급 대접을 받을 만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987년 이전까지의 정치적 업적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못지않지만 3당 합당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자신의 언행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대통령이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인데, 체질적으로 제가 허리를 잘 굽히는 편이고 윗자리에 앉으면 불안해하고, 말은 위엄 있게 행동은 기품 있게 할 필요가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았다”며 “저는 교양이 없습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4년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등의 이유로 발생한 ‘탄핵 정국’에 대해서는 “매일 탄핵을 규탄하고 저를 지지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불행한 시기가 아니었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담담하게 기다렸다고 소회했다.
또한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에는 잘못된 선택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긴 했지만 당시 파병 외교는 아주 효율적인 외교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회고록에는 북핵 ·한미 FTA 등 외교 문제, 정치·언론 개혁 등 사회 개혁에 대한 성과와 후과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