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의 140일은 악몽같은 시간…조국에 감사”

북중 국경지역을 취재하던 중 북한 경비대에 체포됐었던 미국 커런트TV의 기자 유나 리(36)와 로라 링(32) 기자가 억류된 지 141일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5일 오전 5시 53분(현지시각) 이들의 석방을 위해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버뱅크 지역의 밥 호프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착륙 후 20여 분 후 가족과 취재진 200여명이 기다리고 있는 25번 격납고로 들어왔고, 곧 이어 가족들과의 눈물겨운 상봉이 이어졌다. 가족과 취재진들은 이들이 비행기 출입구에 모습을 보이자 일제히 큰 박수로 맞았다.

유나 리가 트랩을 내려오자 마자 딸 하나(5)가 엄마에게 달려갔고, 남편인 마이클 살다테도 달려와 세 가족이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로라 링도 남편과 눈물로 재회했다.

이 밖에도 커런트TV의 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도 나와 이들을 맞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의 만남을 배려한 듯 5분여 후에 비행기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로라 링은 가족들과의 짧은 재회 후 공항에 나온 취재진을 향해 귀국 소감을 밝혔다. 감격이 복받치는지 목소리는 떨렸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30시간 전만 해도 언제 우리가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절망적이었다”며 “그러던 중 북한 당국 관계자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갔는데, 우리 앞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북한에서의) 140일은 우리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는 순간 이제 어둡고 긴, 악몽 같은 시간이 마침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나 리와 내가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보 당국 및 미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도착 직후 자신의 뉴욕사무소가 배포한 짧은 성명을 통해 “여기자들이 석방돼 대단히 기쁘다. 가족들과 함께 깊은 안도감을 공유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김정일과의 회동 결과나 미북관계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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