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간부와 돈주(신흥 부유층)를 비롯해 일반 주민사이에서도 한국산 ‘쿠쿠밥솥’과 삼성·LG TV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 돈주들은 한국산 제품을 직구(직접구매)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쿠쿠밥솥을 비롯한 한국산 전자제품을 가장 선호하고 간부 집은 물론 웬만한 가정들도 한국산 제품 두 세 가지쯤 장만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최근 평양과 지방도시 주민들 속에서는 한국산 전자제품 구입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면서 “간부들과 돈주 물론 일반 서민들도 집에 일본제품 대신 한국산 쿠쿠밥솥과 같은 전자제품을 갖춰놓는 것을 멋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한국산은 모두 조선(한)글로 되어있어 이용이 편리한데다가 전기는 220V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정용 변압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100V인 일본산보다는 매우 편리하다”면서 “쿠쿠 밥가마(솥)와 제습기, 삼성액정TV 쯤은 갖추고 살아야 생활이 괜찮은 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시장에서는 한국 상품이 단속, 압수당하지만 대다수 전자제품들은 신의주와 라선 지역으로 들어와 시장과 상점을 거치지 않고 주문가정에 직접 전달된다”면서 “직접 전달해주는 전달꾼도 있어 돈만 있으면 당국의 단속을 피해 한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산 TV인줄 뻔히 알면서도 앞면에 SAMSUNG과 LG란 영문자로 표기되어 있는데 수매상점에 버젓이 진열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또 “한국산이라 해도 일단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쿠쿠밥솥 같은 경우, 안내음성이 서울 말씨이기 때문에 아주 신기하지만 혹시 시비꺼리 될까봐 평시에는 꽃 보자기(커버)를 씌워 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전에는 삼지연호와 만경봉호를 통해 원산항에서 일본산 제품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중국 단동과 신의주를 거쳐 한국산 제품이 대거 들어오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의주 물(건)’이라면 두말없이 한국산으로 통한다. 신의주로 반입된 제품에는 TV를 비롯한 제습기와 밥솥, 전자레인지, 선풍기, 컴퓨터와 같은 전자제품과 침대와 옷장과 같은 가구까지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주민반응 관련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이렇게 사용하기 좋은데 왜 일본 오물(중고품)만 들여 오느냐’며 당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간부들도 ‘제품을 만든 것만 봐도 남조선이 발전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다른 소식통도 “한국 제품들은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간부들에 의해서도 유통된다”면서 “간부들이 귀국길에 한국 제품을 구입해 들여와 공항이나 기차역에 대기하고 있던 장사꾼들에게 넘기면 장사꾼들이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