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6·한국명 배준호) 씨가 “미국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조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특사를 파견해 문제를 해결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31일 밝혔다.
배 씨는 30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석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주고 있다고 듣고 있으나 조선(북한)에 머문 지 거의 2년이 지나려 하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그는 이어 “이 땅에서 전쟁이 종식되고 조선과 미국이 이제는 공존하고 서로 평화를 누리는 새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나는 조선과 미국을 이어주는 친선다리가 되고 싶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정부가 지금까지 가족과의 전화 통화나 입원 치료 등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다 취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입원 치료를 받은 배 씨가 지난 3월 29일부터 다시 평양친선병원에 입원 중이며 가까운 시일 안에 특별교화소(교도소)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배 씨가 담석증을 비롯한 기존 질환 외에 최근에는 비장 비대 증상까지 나타나는 등 건강이 약화돼 체중도 75kg으로 줄었으며, 특별교화소로 돌아가면 건강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배 씨 등 북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하면서 이를 계기로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배 씨는 2012년 11월 함경북도 나선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돼 지난 해 4월 말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의 특별교화소에 수감됐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배 씨 외에도 지난 4월 10일 북한을 방문해 입국 검사 과정에서 ‘망동’을 한 혐의로 붙잡힌 매슈 토드 밀러(24) 씨와 같은 달 29일 관광객으로 북한을 방문해 묵고 있던 호텔에 성경을 둔 채 출국하다가 억류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씨까지 모두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