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 돌아온지 6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최근 웜비어의 장례식이 그가 다녔던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장례식에는 가족과 친구들 외에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웜비어를 북한에서 데리고 온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조셉 윤 특별대표가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도 연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웜비어가 사망했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했습니다.
미국 대통령부터 고위 관료들, 의회와 언론, 그동안 남북한을 구분 못할 만큼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주민들까지 웜비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 미국인은 웜비어가 17개월만에 혼수상태로 돌아온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고작 호텔의 선전물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한 것도 충격이지만, 건장한 22살의 청년을 혼수상태에 이르게 하고 이 사실을 1년 넘게 숨겼다는 것에 미국인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법규범과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 한 미국인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문제는 제2의 웜비어라 할 수 있는 외국인 4명, 한국 사람 6명이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외국인들은 선택적으로 영사 접견이 허용됐지만 한국 사람들은 영사 접견이 원천 차단돼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카나다(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는 지난 3월 평양주재 스웨리예 대사와 면담도 하고 가족과 통화도 했습니다. 반면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는 3년 8개월째 영사 접견을 못했고, 김국기, 최춘길씨도 억류된 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인을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의 편지 전달도 거부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억류된 외국인을 국내법과 국제기준에 따라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이 따르는 국내법과 국제기준은 관광객에게 국가전복죄 혐의를 씌워 혼수상태에 이르게 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했던 사람들을 체포해 간첩혐의를 씌워 사실상 실종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인가 봅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적인 인권기준을 따른다면 억류된 외국인들을 지금 즉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