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들이 최근 잇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함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이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1일 “북한 어선이 지난 14일 13차례, 15일 8차례, 20일 2차례에 걸쳐 NLL을 침범했다”면서 “북한 경비정은 NLL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 어선들의 잇따른 NLL 침범이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군이 NLL 월선을 빌미로 도발한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충분히 주저함 없이 대응할 것”이라면서 “북한 어선의 NLL 침범과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 어선이 NLL에 접근하면 우리 고속정에서 경고 통신을 한다”면서 “북한 어선들은 여러 차례 경고 통신에도 즉각 퇴각하지 않고 장시간 NLL 이남에 머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해, 의도적인 침범임을 시사했다. 북한군은 또한 어선이 NLL을 침범할 때 일부 해안포의 포구를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NLL 북측 지역에는 북한 어선 100여척과 중국 어선 300여 척이 ‘가을 수게’를 잡는 조업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1일부터 NLL 이남 해상에 함정을 증강 배치했으며, 육상의 화력 즉각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전투기 초계 활동을 강화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에 “최근 중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서고 동시에 ‘핵억제력’ 운운하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시그널을 보냈는데도 (미국의) 응답이 없자, 한반도 정세에 불안을 조성하는 일종의 ‘관심 끌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최근 남한 정세에 대해 관심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 남한 정세에 대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한 고위 탈북자도 “일반적으로는 북한 어선이 조업하다 월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경비정의 철저한 단속 아래 어선들이 조업을 한다”면서 “어선들이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 NLL을 수차례 침범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남한의 대선을 의식한 의도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NLL 침범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해 남한내에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이 새누리당과 정부에게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어선이라고 하지만 군인들이 위장해 NLL을 침범한 것일 수도 있다. 긴장 조성으로 ‘평화가 좋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현 정세서 좋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대남 도발의 전조로도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동북아에서 높아지는 영토 분쟁에 편승해 NLL이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은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선을 월선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