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선들 또 대화퇴로… “먹고살기 힘들어 日해역까지”

소식통 "외화벌이 회사들, 장마당에 넘기는 값보다 가격 높이 쳐줘…대부분 中이 가져간다"

로고 없는 것
일본 EEZ-‘대화퇴'(야마토타이)에서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는 북한 어선. /사진 제공=혹코쿠(北國)신문

지난 7일 동해 대화퇴(大和堆)어장에서 발생한 북한 어선과 일본 단속선 충돌 사건이 북일 간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사건 이후 북한이 일본 측에 배상을 요구하자, 이에 대응해 일본 정부는 당시의 영상을 공개하는 등 양측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실제 이곳 대화퇴어장에서는 매년 오징어철이면 오징어잡이를 위해 몰려드는 북한 어선과 퇴거를 요구하는 일본 단속선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대화퇴어장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500km 정도에 이르는 먼 바다지만, 해마다 북한 주민들은 이곳까지 나와 오징어잡이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이유에 대해 “동해바다 해역을 50년 동안 빌려주는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기 때문이고, 혹여 중국 배와 섞여서 낙지(오징어) 잡이를 한다고 해도 중국 배가 훨씬 더 크고 불도 더 환하게 밝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면서 “조선(북한) 어로공들은 가까운 바다에서는 절대 많이 못 잡는 게 현실이고, 아예 더 먼 곳으로 나가다보니 일본 해역까지 내려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 동해 조업권을 팔아넘기면서 북한 주민들이 더 먼 바다로 내몰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이렇게 바다에서 수산물을 수확해오면 장마당에 넘기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외화벌이 회사가 사가기 때문에 오징어철마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생물의 80%는 중국에서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중국과 계약을 체결한 외화벌이(회사)들에서 바닷가에 차를 들이대고 고깃배가 들어오는 즉시 그 자리에서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마당에 넘기는 가격보다 높이 쳐주기 때문에 수산사업소 소속 배도 할당량을 바치고 나머지는 이들 외화벌이 차에 파는 걸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생물뿐만 아니라 마른 오징어 등 건어물도 대부분 중국에 팔려, 북한 내에서 소화되는 수산물은 전체 수확량의 약 2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 소식통은 부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외화벌이 기업소 등은 중국에 수산물을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도 낙지철이 되면 바다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나마 이때 좀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어서 초소에 좀 고이고(뇌물을 주고) 임시출입증이라는 것을 받아서 배를 탄다”며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다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일본 서부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 반도까지의거리. /그래픽=데일리NK

이렇듯 어려운 경제 사정 속 오징어잡이가 소위 ‘돈’이 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개인 선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소나 수산협동조합에 소속되는 것보다는 이윤이 남기 때문에 주민들은 되도록 개인 선박을 만들려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돈만 있으면 너도 나도 개인선박을 만들려고 한다. 기업에 종사해도 배가 망가지면 다 개인부담이라 그럴 바에는 개인이 (배를) 만드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대부분 어떤 직장에 적만 걸어놓고, 그 직장에 얼마를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이 다 갖는 개인부업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인 선박은 배를 만들 나무를 사서 전문으로 배 만드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부탁한다”며 “배 번호나 배 문건 같은 것은 초보적으로는 적이 걸린 직장에서 해결해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업수산관리위원회나 경비초소, 행정위원회 국토과 등에 다니면서 개별적으로 사업해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불법으로 조업에 나서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국의 허가를 받고 바다에 나갔다 들어오려면 뇌물 등 바쳐야 할 것이 많아 불법으로 조업에 나서는 주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출입증 승인부터 출항할 때 보위소대 검열까지 뇌물을 줘야 하고, 부두에 배를 댈 때도 그야말로 전투”라며 “그래서 많은 고기잡이 배들은 다른 곳에 미리 대고 고기를 부려놓은(내려놓은) 다음 약간의 고기만 가지고 들어간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기름 값도 건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의 조치라는 것은 그저 외화벌이를 더 독려할 뿐”이라며 “주민들은 중국이 흡혈귀마냥 낙지를 비롯해서 모든 걸 다 싼 값으로 모아가니 말 없는 침략자인 것 같아 밉지만, 개방이 안 되어있고 제재 때문에 어떤 나라와도 무역도 마음대로 못하고 있으니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어선과 일본 단속선 충돌 사건과 관련해 “청진에서 출발한 배는 아닌 것 같고, 일본해역에 들어가서 고기잡이를 하던 배라면 인민군 소속이거나 특별히 선정된 배로 보인다”며 “(사건 당사자인) 어로공들에 대한 처벌은 내려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충돌해 배가 가라앉은 책임을 물어 선장이 추궁을 당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