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부는 빈 패트병만 봐도 南 잘산다는 것 안다”

▲ 지난 28일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전마선 (ⓒnk조선)

북한주민 4명이 서해 연평도를 통해 소형 전마선을 타고 지난달 28일 귀순했다.

이번 탈출은 최근 북한이 ‘핵보유국’ 선전에 박차를 가하며 주민통제를 강화하는 때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핵실험 이후 북한당국은 주민탈출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안간힘을 기울여 왔다. 현재 북부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이유도 국경경비대에 대한 중앙당 집중 검열이 있은 후 국경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 못지 않게 북한당국이 가장 눈 여겨 보는 곳이 서해 해안이다. 그동안 해상탈출이 빈번하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해상탈출을 막기 위해 당국은 바닷가 양식 사업소와 수산사업소 등 해당 기업소들에 있는 선박들을 강력히 통제한다. 정박중에는 아침 저녁으로 점검하고, 멀리 떨어진 바다로 나갈 때는 해안경비대가 통제한다.

해상탈출은 꽃게잡이철처럼 출항이 빈번해 통제가 뜸해진 틈을 타서 이뤄진다. 2005년 6월 17일 0.3t급 무동력 전마선을 타고 백령도를 통해 귀순한 부부 탈북자와 그 후 열흘도 안돼 황해남도 구미포구에서 1t짜리 전마선을 타고 귀순한 3명 가족들도 모두 꽃게잡이철에 탈출했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단위에 소형 전마선을 이용했다. 전마선은 배와 배 사이를 오갈 때 사용하는 소형이다. 모선(母船)에서 떨어져 작업을 해야 하는 전마선들은 감시나 통제 속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꽃게철이면 서해안 각 항구에서 출항하는 어선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 통제가 허술해지는 측면도 있다.

탈출 실패하면 “배가 표류됐다”고 말해야

2년전 해상으로 탈출해 남한에 온 탈북자 최모 씨는 “만약 해안경비대에 단속 당하면 배가 파도에 표류됐다고 말하면 죄가 감면된다. 남한에 가려고 했다는 말은 죽어도 해서는 안 된다. 그에 맞는 준비도 잘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것도 보안상 민첩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마선과 같은 소형선박들은 경비정에 발견될 확률도 낮아 해상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최씨는 “파도높이가 1m만 되도 경비정이 1km 거리에서 전마선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전마선을 미리 구해놓고, 준비했다가 바람 불거나, 안개낀 날 행동을 개시한다”고 말했다.

해상탈출자들은 중국으로 탈출보다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않다. 소형 전마선을 타고 파도와 싸워야 하고, 안개 낀 날을 선택하기 때문에 풍랑에 표류될 위험이 있다. 또 한편 북한해군의 집중사격도 각오해야 한다.

한편 한국 드라마와 CD음반을 통해 눈을 뜬 주민들이 남한을 보는 눈이 ‘과거의 원수의 땅으로부터 동경의 땅으로 변했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와 관련, 최씨는 “어부들은 백령도에서 떠내려온 빈 플라스틱 통을 하나 보고도 남한이 잘 산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걸 보고 ‘남조선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당국이 아무리 해상을 봉쇄하고 통제해도 주민들의 변화된 사고로 비롯된 ‘뚫린 구멍’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이번 해상탈출은 북한당국의 선전에 더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 주민들의 탈출행렬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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