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지난 7년 동안 일체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19세기 마을’이 있다면 과연 몇사람이나 믿을까?
양강도 혜산시 노중리 4반.
양강도 중심도시 혜산에서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2004년 삼수발전소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전력 공급이 중단돼 왔다. 이 마을에는 아예 송전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 마을이 ‘암흑세상’으로 내몰리게 되기까지 몇가지 웃지 못할 불운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삼수발전소 착공 계획을 세우며 운총강 일대 여러 지역을 ‘침수 예정지역’으로 선정, 주민 이주 대책을 마련했다. 이때 노중리 4반도 침수 예정지에 포함돼 송전선 등이 모두 철거됐고, 주민들은 새 주택 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2004년 삼수발전소 착공 직전 확정된 2차 계획서에 ‘저수량을 너무 많이 잡을 경우 댐 붕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반영되면서 삼수발전소의 저수 용량이 축소됐고, 이에 따라 노중리 4반의 24세대들은 침수 예상지역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 마을은 불과 몇 m 차이로 침수 예상지역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큰 비가 오면 집 안까지 물이 차는 일도 잦다. 문제는 이미 송전시설이 모두 철거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새 주택배정을 기다리며 이미 1년 넘게 전기 없는 생활을 하던 주민들은 결국 ‘침수상무'(침수지역 이주대책을 책임지는 특별기관)를 찾아가 송전시설을 복구해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침수 세대가 아니니 우리가 도와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혜산시당과 양강도당에 신소(申訴)를 올려봤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송전 시설을 철거한 것은 우리가 아니다”는 해명만 반복됐다.
노중리 4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송전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를 끌어올 만한 곳은 산 하나 넘어 4km정도 떨어진 ’95호 군수품 공장’이 고작이다.
마을 옆에 5만kw급 삼수발전소가 준공됐지만, 이 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백두밀영’으로 불리는 양강도 삼지연군 ‘김정일 생가 사적지’로 독점 공급되고 있다. 한때 주민들끼리 돈을 모아 송전 시설을 마련하는 문제도 논의 됐으나, 각 세대당 부담해야할 금액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말았다.
노중리 4반 주민들은 지금도 전기 없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전적으로 촛불과 화목(火木)에 의존하면서 감자농사와 사금(沙金) 채취로 연명하고 있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노중리 4반은 실제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면서 “사금이 많이 나기 때문에 평안남도, 함경북도 사람들까지 몰리는데, 그 사람들도 이 마을을 보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 마을 남성들은 7~8km나 떨어진 직장으로 출근해야 하고, 시장이 너무 멀어 여성들은 장사조차 하지 못한다. 마을 아이들이 다녀야할 노중리 중학교 역시 왕복 15km거리라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