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써비차에 짐만 가득…’중계짐’ 활용 물건 배송 주민 늘어”

북한에서 우리의 ‘고속버스 택배’와 유사한 ‘중계짐’을 활용, 물건을 배송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복수의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계짐을 하려는 주민들이 많아져서 이젠 써비차(사람이나 물건을 날라주는 차량)에 짐이 많고 사람은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람이 다니려고 하면 자기 몸값에 짐 값까지 내야 하니, 짐만 부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평안북도 소식통도 “(평북) 구장군에서 신의주까지 가려면 8만 원(북한 돈)을 내야하고 짐 값은 따로 물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짐만 보내면 가방 하나에 5000원에서 1만 원만 내면 되니, 짐만 보내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시장의 발달로 장사꾼이 늘어나고 지역간 물류 이동이 활성화 되면서 ‘중계짐’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를 통해 북한에서 비닐하우스를 통해 재배된 오이, 토마토, 고추 등 채소류를 포장, 배송해 평안북도 신의주, 평양, 강원도 원산 등으로 판매되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버스 택배’도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이 ‘중계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는 저렴한 가격 외에도 불편한 서비스도 한몫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는 “(평남) 덕천에서 신의주까지 가는데, 아침 6시에 출발해서 저녁 10시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직선거리로 약 160km 떨어진 지역을 가는 데 16시간을 소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평남) 개천에서 ‘롱구방버스’를 타고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신의주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넘는 경우도 많다”면서 “떠날(출발할) 때는 (승객이) 꽉 안 차고 도중에 실으면서 가기도 해서 차를 가끔씩 세우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운전수(운전사) 입장에서는 유류 및 교통비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여행증을 발급받기 위한 뇌물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중계짐’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이동을 적극 통제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여행증을 발급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엔 여행증을 만드는 데 100달러를 내라고 하기도 한다”면서 “지금 살기 힘드니깐 보위원들이 얼마를 무조건 내라고 하고 돈을 안 주면 여행증을 안 내준다”고 말했다.

▶ 롱구방 버스 : 승합차를 일컫는 북한말. 과거 북한에 처음 수입된 닛산계열의 승합차 이름(카라반)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서 승합차 모양의 차는 전부 롱구방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