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실패 장기 경제정책 없는 게릴라식 개혁 탓

중국의 경제개혁을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은 초기의 적대감에서 소련 등 공산체제의 붕괴와 가뭄으로 인한 기근사태, 김일성 사망 등으로 고립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중국식 모델을 마지못해 따르는 동조의 형태로 점차 바뀌어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개혁 역량과 정치적 정당성의 상실, 김정일 1인 독재, 그리고 그에 대한 우상숭배와 비대한 군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의사결정 구조 등으로 외부개방과 내부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해 아직까지 실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 정치경제전문가인 마루모토 미카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은 9일 한국경제연구소(KEI)가 발간한 자신의 논문 ‘북한과 중국 모델: 적대감에서 동조로 전환”을 통해 “중국은 점진적이지만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과 내부 경제개혁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북한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회고록을 인용, 김일성과 김정일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중국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시장지향적 사회주의로 나간다고 했을 때 엄청난 적대감을 느꼈고 특히 중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이런 반감이 더욱 깊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적대감과 북한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개혁적인 지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식 경제개혁 모델을 모방했고 소련 붕괴와 북한의 정신적 지도자인 김일성이 사망한 1990년대 후반부터 이에 동조하는 모습이 점차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후 김정일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직접 방문하는 등 중국식 개혁을 추진하는데 열을 올리면서 경제특구를 만들고 2002년에는 새로운 경제적인 동기부여(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개혁정책까지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북한은 결국 개방과 개혁이라는 일관된 국내외 경제정책을 수립하지 못한데다 경제개혁을 추진할 정부의 역량 부재로 장기적인 경제정책 없이 성급하게 성과만 쫓다가 `가다 서다(go and stop)’를 되풀이하는 북한 경제정책의 전형인 `게릴라식 개혁’만 보여주는데 그치고 말았다고 마루모토 연구원은 평가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개혁모델을 제시해줬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향후 북한의 개혁과정에서도 국제사회의 지원노력을 조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역할에 크게 주목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특히 “북한은 실패를 했지만 경제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어 아직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가지 않은 과도기적인 국가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김정일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마지막 기회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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