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실상 영화 ‘말살’, 단편 오스카賞 후보에 올라

북한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말살(DEFACE)’이 미국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31일 보도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감독인 존 알로토(John Arlotto)가 만든 이 영화는 북한의 한 주민이 북한사회 곳곳에 붙어있는 체제 홍보 포스터를 지운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인공 ‘수영’은 북한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당(黨)의 지시에도 잘 따르고 총화도 빠지지 않는 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집안에 식량이 다 떨어졌는데도 당에서 식량배급을 주지 않자, 그의 딸이 영양실조로 숨지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죽고 나서 수영은 북한의 공장, 기업소와 모든 장소에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2명의 어린이를 배경으로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글귀가 새겨진 벽보를 보게 된다.

벽보를 본 수영은 자신이 지난 수 십 년 간 노동당의 거짓선전에 속아 왔음을 깨닫는다. 그날 밤 수영은 광장으로 걸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벽보에 ‘인민은 배고파서 다 죽어가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귀를 쓴다.

이 영화를 제작한 알로토 감독은 “언론과 정치적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의 현실을 폭로하고 북한주민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20분 짜리로 제작된 이 영화는 ‘수영’역을 맡은 조셉 스티븐 양씨 등 한인 1.5세와 2세 연기자 10여 명이 출연하고 있다. 출연진들은 한국말조차 서툴지만, 서울에 사는 실향민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말을 배울 만큼 정성을 쏟았다.

또한 알로토 감독은 제작 전 5개월의 리서치 기간 동안 방송 신문 인터넷 등에 나와 있는 북한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하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실상을 들었다.

촬영 장소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으로 미국 한복판에서 촬영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감이 높게 표현되었다.

단편영화 ‘말살’은 지난 해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열린 ‘오스틴 영화축제’에서 ‘최고 단편 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관객상’을 받았고, “미국 일반인들과 평론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비롯하여 26개 부문이 있으며, 그 중 단편영화 부문은 일반 영상(Live Action)과 애니메이션(Animated) 두 부문이 있다.

2008년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종 5편의 일반 영상 부문의 단편영화가 후보에 올랐으며, 필립 폴렛트 빌라드(Philippe Pollet-villard) 감독의 ‘Le Mozart des Pickpockets’ (The Mozart of Pickpockets)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