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북한 신의주시(市)에 제막된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신의주시 주민 1인당 동 200g을 강제로 거둬들여 제작됐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북도 신의주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6월 신의주에서 충성자금 명목으로 동 수집이 깜빠니아적(캠페인)으로 진행됐다”면서 “영문도 모르던 주민들은 동상 제막식이 진행된 후에야 동을 강제로 거둬들인 이유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매번 충성자금은 현금으로 내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이번 동 수집 운동은 무조건 기한 내에 현물(동)로 내라고 포치(지시)가 됐었다”면서 “급작스런 동 수집 운동으로 신의주시에 현물이 모자라 동 가격이 올라 거꾸로 무역일꾼들이 단둥에서 동을 구매하는 이전에 없던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당 자금’과 ‘수령 선물자금’ 등을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말한다. 충성의 외화벌이는 소학교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 조직에 소속돼 연간 외화벌이 계획으로 할당된다. 충성의 외화벌이는 금, 동, 토끼가죽, 약초 등 현물로 바치거나 시장 판매가로 계산해 현금을 바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현물로 내라는 방침이 떨어지면서 신의주 내 동이 부족해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00g당 9000원이던 가격이 1만 3000원까지 올랐다. 1인당 200g을 올렸으니 약 2만 5000원 정도로 쌀 5kg(1kg당 4500원)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이번 동 수집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집중됐으며, 당의 주도 하에 각 기관 기업소, 인민반별로 진행됐다. 이렇게 강제로 모인 동은 만수대창작사로 보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의주는 북한에서 평양, 청진, 나진 등 주요 도시 중의 하나로 현재 35만 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그 양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제작은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에서 생산된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의 미술창작 단체로 1959년 11월 17일 설립되었으며, 조각창작단에는 동상제작단, 기념비, 군상제작실 등이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직속이며 순수 작가와 직원을 포함해 3700여 명 중 100여 명은 인민예술가 또는 공훈예술가의 칭호를 받은 북한 사회의 최고 미술가들이다.
소식통은 “동상제작은 합성 돌가루로 기초적인 초소(동상형태)를 하고 위에 동을 녹여 입힌다”면서 “신의주에 세워진 동상은 가장 권위있는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들이 동원돼 만들었으며 제막식 며칠 전 대형트럭 행사차로 신의주역 광장으로 이동됐다”고 말했다.
동상이 제막된 신의주역 광장은 중국 단둥(丹東)으로 나가는 신의주 세관과 외화상점, 압록강호텔이 있다. 소식통은 “동상이 들어서면서 (동상) 경비사업으로 광장 주변에 대한 장사통제가 심해졌다”며 “(김정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들어오더니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고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이어 “동상이 새로 들어서기 전에는 많은 사진사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벌었다”면서 “지금은 허가를 받은 사진사만이 결혼식을 비롯한 사적지방문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5일 선전매체를 통해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을 전하면서 “도(道)안의 인민들은 대원수님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충정의 한마음을 안고 대원수님들의 동상을 짧은 기간에 최상의 수준에서 모셨다”면서 “동상을 신의주시에 높이 모신 것은 대원수님들의 유훈을 실현해 나갈 평안북도 인민들의 절대불변의 신념과 의지의 발현”이라고 소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