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세대 ‘나만의 패션’ 관심

“글쎄 딸애가 얼룩덜룩한 샤쯔(셔츠)에 기장이 짧고 찰싹 달라붙는 양복치마(스커트)를 입고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쯧쯧..”

평양시 서성구역 서천동에 사는 주부 김연희씨는 얼마 전 휴일 가족과 함께 ’혁명가극’을 보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다 방에서 나온 딸아이의 옷차림을 보고 혀를 차고 말았다.

김 씨는 북한의 월간 여성잡지 ’조선여성’ 8월호에 ’옷차림도 우리의 것, 우리식이 좋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당시 딸의 외출복 차림을 보고 “그만 아연했던 순간”을 이같이 떠올렸다.

김 씨는 사회 생활을 갓 시작한 딸애의 옷차림을 보고 “무슨 옷차림새가 그 모양이냐”며 “고상하고 유순한 색깔의 옷, 우리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으라고 나무랬다.

딸은 꾸지람을 듣고 얼굴을 붉혔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연청색 한복으로 갈아입은 뒤 “선녀같이 예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청소년들 사이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튀는 패션을 강하게 추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실제로 지난 1970년대 말까지 검은색.흰색 등 단조로운 색깔에 디자인도 단순한 셔츠와 스커트, 원피스 등이 주된 옷차림이었지만 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국 패션을 모방한 옷차림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자유로운 패션의 흐름은 미국의 상징으로 불리는 청바지, 일본식 옷차림으로 알려진 치마바지에 이어 90년대 중반부터 미니스커트와 몸에 착 달라붙는 ’쫑대바지’(쫄바지)까지 유행시키면서 북한당국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신세대 사이에서 ’나만의 패션’을 선보이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옷의 색깔과 디자인, 액세서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개성 있는 옷차림을 연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열린 ’2007 남북 정상회담’ 기간 TV에 비친 평양 거리에서는 빨강 등 원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종종 카메라에 잡혔으며 예전에 비해 몸매가 드러나는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신발은 편하면서도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통 굽 구두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었으며 남성들 역시 허벅지 부분이 헐렁한 통바지 대신 일자바지나 나팔바지 차림이 많았다.

북한 여성들이 평상복으로 입는 한복에도 이른바 ’슬림 룩(Slim Look)’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해 전체적으로 저고리 길이는 길어지고 치마폭은 좁아진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 조선옷협회 정근명(50) 서기장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발행 월간지인 ’조국’ 8월호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기 일상 옷에서는 될수록 형태선(디자인)을 풍만하게 주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최근 시기에 와서는 점차 실용미가 결합되면서 간결한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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