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사정 견딜만하다?‥국정원장 발언 `눈길’

북한이 올해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원세훈 국정원장이 북한의 식량사정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원 원장은 24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증가해 올해 도입분을 포함하면 430여만t을 확보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추가 도입분까지 고려하면 (식량사정은)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발언에서 `북한의 작년 곡물생산이 늘었다’는 부분이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연구기관의 보고 내용과 배치된다.


올해 1월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0년 북한의 식량수급 전망’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작년 곡물 생산량(감자 포함)은 정곡 기준 380만∼400만t으로 전년(431만t)보다 최고 11.8% 감소했다.


이 연구원 관계자는 “(국정원장 발언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것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농촌진흥청 등 관계 기관들이 추산한 결과, 북한의 2009년도 곡물 생산량은 411만t 정도”라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코멘트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 추계도 2008년 북한의 식량생산량(431만t)과 비교하면 4.6%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기상 조건이 주요 작물인 옥수수 농사 등에 좋지 않았고, 남한의 비료 지원도 중단돼 전체적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 원장이 북한의 현재 식량 사정을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본 부분도 너무 `낙관적 인식’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보고만 해도 북한의 향후 식량수급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농경연은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가 523만t 정도로 추정돼 단순히 작년 생산량(정곡 기준 380만∼400만t)과 비교하면 123만∼143만t이 부족하고, 올해 이뤄질 상업적 곡물수입을 감안해도 대략 100만t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이 뽑은 북한의 올해 식량수요 추계(523만t)에서 국정원장이 밝힌 북한의 현재 곡물확보량(430만t)을 빼면 여전히 93만t이 부족한데, 현재 북한의 식량수입 추이를 볼 때 부족분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예컨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2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작황 전망과 식량상황’ 보고서를 인용, “북한은 올해(2009.10∼2010.9) 11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6개월간 외부에서 들여온 물량이 17만7천t으로 전체 부족분의 16%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또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식량난 악화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5월26일 국가의 식량배급 중단을 선언하고, 24시간 시장 거래를 허용하면서 주민들에게 식량 자급자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17일 “화폐개혁 여파로 몰아친 식량난으로 올해 초 북한 일부 도시에서 속출했던 집단 아사 현상이 최근에는 농촌 지역까지 확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중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북한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해져 집단 아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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