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이 확인되면 북한의 요청이 없다고 하더라도 ‘긴급지원’형태의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북측의 요청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보편적 인도주의 입장에서 추진한다는 기본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경우는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홍수 등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등 세 가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앞서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북한에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수해 등으로 긴급상황에 처해있으면 (수원국의 식량지원 요청이 없더라도) 선(先) 제의가 가능하지만 아직 북한 상황은 그런 선 제의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이 전적으로 판단하게 될 ‘긴급상황’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미 식량지원을 결정한 미국 정부와 WFP 등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이 중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 장관도 “북한의 식량사정은 사실 투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얼마나 어떻게 부족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면서 “미∙중 등 국제사회와 국제기구 등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믿을 만한 통계인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통신, 교통이 발전해 있지 않기 때문에 양이 얼마 있느냐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 등과 국제기구가 북한 당국과 구체적으로 협의,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도식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당국을 통한 관찰, 국제사회의 모니터링, 국민적 여론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상식적’ 수준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요청이 오면 지원을 검토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원’쪽으로 방향이 꺾이고 있다”고 말해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북 50만t 식량지원과 관련, 유 장관은 “한미간 긴밀하게 협의된 사항”이라며 “미국의 식량지원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와 북핵문제 해결, 미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거듭 환영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