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화 ‘확산론’ 대 ‘회의론’

북한에서 ’시장 경제’의 확산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가능론’과 ’회의론’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대북 인권단체인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동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열리는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주제발표 요약문에서 전문가들의 이러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개혁조치인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와 파장을 소개하며 “(북한에) 상당한 정도로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시장을 사회주의 상업유통의 한 영역으로 인정하면서 다양한 시장의 등장과 기존 시장의 합법화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종합시장,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 수입생산재 유통시장 등을 설립해 시장을 통한 소비재, 원자재, 생산재 등의 거래를 활성화 했다”면서 종합시장에서는 일부 제한품목을 제외한 모든 상품의 거래가 가능하고 물자교류시장에서는 기업간 원자재 직거래도 허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상품시장에서도 상품의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유통측면에서의 시장화 확산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하고 “가라오케, 당구장 등 개인 서비스업 진출도 다소 활기를 띠고 있으나 중국 제품에 밀려 개인 수공업자의 시장을 겨냥한 생산활동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에서 과거에는 본격적인 상행위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상인계층 형성이 불가능했으나 이제는 종합시장의 등장으로 상인계층 형성이 가능해졌다”며 “장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돈을 번 뒤 이른바 ’돈주(錢主)’로 불리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부분 대외무역이나 국내 상업유통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인 돈주들은 “국가로부터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보험’을 들고 있고 막대한 양의 공채를 사거나 헌금도 한다”고 설명하고 “국가로부터 감사장이나 표창을 받으면 위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안전할 수 있기때문에 돈주들 사이에 기부금 경쟁이 붙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큰 돈주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5~6명의 대리인(중간상인)을 두고 활동하며, 이들 중간상인은 무리를 지어 평양, 평성, 원산, 남포, 청진, 나진선봉, 신의주 등 주요 물류지역을 왕래하며 소매상인에게 물건을 팔고 이윤을 내는 등 나름대로의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들의 주장에 대해 홍성국 (재)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실은 (확산론자들의) 관심 밖에 있으며, (확산론자들은) 따라서 북한 당국의 기존체제 강화 노력을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홍 실장은 “북한의 시장화에 대한 낙관론자들은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을 가장 강력한 시장화 요인으로 들며 경제난 자체가 시장화의 자생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 논리에는 북한 경제가 견실했을 경우엔 오늘날과 같은 시장화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기존의 사회주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하는 역설적인 가정이 숨겨져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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