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화로 돈주 둘러싼 당간부·공장지배인 암투 만연”

진행 : 북한 경제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시간입니다. 시장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한에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송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간부들도 시장화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 네. 유일영도체제를 선전하는 북한에서 간부들 알쌈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알쌈은 상추에 삽겹살, 고추, 마늘 등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싸 먹는 것을 뜻하는 건데, 이게 주민들 입말로 널리 퍼지고 있는데요. 간부들이 자기를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반정부세력을 구성하는 건 아니구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 정권, 사법기관, 당 간부들 간 인맥관계가 형성되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죠.

당 간부가 과오를 범하여 사업검열을 당할 경우 검찰소에 친숙한 간부가 있다면 뒤를 봐주기도 합니다. 알쌈 힘이 작용한 것인데요. 거꾸로 검찰소 자녀가 간부 학교 입학을 희망한다면 당 간부가 도와주기도 하죠. 일단 알쌈관계가 형성되면 어떻게 해서든지 입소문으로 전해지는데요. ‘선전비서하고 보안서장이 알쌈이다’ 흔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진행 : 간부들끼리 이렇게 뒤를 봐주는 경우가 흔히 있는 건가요? 다른 경우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기자 : 그렇다고 간부들끼리만 알쌈 되는 건 아니구요. 이해관계가 형성되면 간부와 돈주(신흥부유층)들이 알쌈되는 것이 유행이죠. 다만 여기서 일반 주민들끼리 친한관계는 알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시장경제를 통한 간부와 돈주의 알쌈 문화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진행 : 간부와 돈주의 알쌈, 한국에서 말하는 정경유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참 흥미로운데, 권력이라는 틀에서 간부와 돈주는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 최근 돈주들이 국영공장 건물이나 설비를 임대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공장건물을 임대하려면 돈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간부를 잘 알아야 되거든요. 지배인과 인맥관계가 깊었던 평안남도 돈주를 사례로 들겠는데요. 여기서 돈주와 지배인은 알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돈주는 공장건물임대료를 매달 지배인에게 수익금으로 바치거든요.

이것은 공장 당 비서도 알고 있거든요. 몰래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더벌이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여기서 ‘더벌이’는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이 주어진 원료와 노동력을 이용해 국가지표를 생산하는 것 외에 추가 이윤활동을 의미합니다. 아무튼 돈주는 수익금만 바치는 것이 아니라 지배인 출장비를 비롯해서 생활비를 주게 됩니다. 자발적으로 주는 것인데요. 지배인은 고맙다는 인사로 더 많은 공장편의를 제공해주는 겁니다. 사례로 돈주가 생산한 물품을 시장까지 조달할 때 공장 차량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운수 직장에 지시하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알쌈관계는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죠.

이쯤되면 당 비서는 자신이 지배인보다 세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시작됩니다. 명색이 행정간부들을 지도하는 직책인데 말이죠. 때문에 돈주를 끌어당겨 자기 알쌈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제거해버리는 술책을 쓰게 되는데요. 시장에서 잘 나가는 돈주일수록 간부들 틈바구니에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진행 : 그렇다면 돈주들은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 간부도 돈주를 자신의 세력, 즉 알쌈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 그렇죠. 당 간부들도 알쌈 관계를 만들 수는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알쌈도 시장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간부와는 누구도 알쌈이 되려고 하지 않죠. 위법을 눈감아 줄 줄도 알고 권력의 편의로 시장을 도와주는 간부들에게 돈주들이 붙습니다.

평안남도 돈주들이 검찰소 검열을 당하고는 흔히 말하던 기억이 납니다. ‘검찰소 소장보다 검찰소 당 비서가 똑똑하다’ 이렇게 말하는 주민들의 평가 기준 잣대는 시장경제인데요. 검찰소 소장은 체제 원칙대로 항목별 따지는 꼬장꼬장한 간부였거든요. 이런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 돈주들이 외면합니다.

좀전에 말씀드린 국영공장 당 비서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인데요. 그에게는 간부들끼리 알쌈은 있을지 몰라도 돈주알쌈은 없는 겁니다. 때문에 돈주로부터 생활비용까지 받는 지배인을 시기하게 되면서 괜히 돈주에게 시비를 거는데요. 그렇게 되면 돈주는 당 비서에게도 뇌물을 가끔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부터 지배인과 당 비서 간 암투가 벌어지는데요. 서로 돈주를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이죠.

진행 :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돈을 벌자고 공장건물을 임대한 상인이 임대료도 지불하고 간부들에게 뇌물도 바치면서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텐데 말이죠.

기자 : 그렇죠. 간부들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사람잡기 문서가 작성되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당 비서는 지배인과 알쌈인 돈주의 시장활동에서 어떤 위법적인 행위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모두 문서화해서 사법기관에 넘깁니다.

돈주를 제거하고, 경쟁상대인 지배인을 잡자는 것이 목적인데요. 이러면 지배인 역시 검찰소 간부 알쌈으로부터 당 비서가 자기를 신소했다는 정보를 받거든요. 그래서 당 비서 비리 자료를 준비하는 거죠. 뇌물을 받고 입당시켰다든가, 외화벌이 당 자금을 얼만큼 횡령했는지 등 맞불 전략을 씁니다.

당 비서에 대한 신소가 접수되면 일단 도 당검열이 시작되고, 지배인의 경우는 검찰소 검열이 시작되는데요. 이때 누가 더 알쌈을 형성하고 있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됩니다.

진행 : 당 간부, 돈주, 공장 지배인, 검찰소 소장 등 정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네요. 이렇게 알쌈을 놓고 싸우는 경우 최종 결과는 대체로 어떻게 나오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일단 돈주를 취조하거나 간부들을 검열할 때 검찰소 간부들은 뇌물의 기회로 삼기도 하고 사업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지배인 문제로 넘어가자면, 돈주의 뇌물을 받고 월권행위를 하였지만 검찰소 간부와 알쌈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는 덮어집니다. 돈주로부터 받은 뇌물을 지배인은 검찰소 간부에게도 이미 주었기 때문입니다. 풀뿌리처럼 많은 간부들의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격이죠. 암튼 시장 돈주들을 예심할 때 무죄로 판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검찰소 간부는 갑부가 되는겁니다.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법적처리를 받아야 하는데요. 이런 경우 공장을 임대했던 돈주만 죄인으로 취급되어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간부와 돈주가 알쌈인 경우 죄없는 돈주만 죽음을 당하게 되는 비극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허울뿐인 법제도로 무장한 북한에서 돈주를 정치 싸움의 희생물로 삼는 것은 너무 간단한 것이죠. 단물만 빼먹다 간부가 위험하다 싶으면 돈주를 비사회주의 주범으로 몰아가는데요. 그러고 나서 북한 간부들은 또 다른 돈주와 결탁하면서 권력기반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이처럼 비인간적인 북한 간부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