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인 白石 저작권 남북 교류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여우난 곬족’ 중)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여승’ 중)

시 ‘정주성’, ‘여우난 곬족’, ‘모닥불’, ‘여승’ 등으로 잘 알려진 민족시인 백석(1912~95)의 문학작품의 저작권 교류가 남북간에 시작됐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4일 백석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상속자인 백석의 맏아들 화제씨가 창비, 실천문학사, 문학동네 등 남측의 13개 출판사에 의한 저작권 사용 ‘동의서’를 북한 저작권사무국을 통해 보내왔다고 밝혔다.

평안도 지역의 정서와 풍속, 음식 등을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와 이미지로 풀어내 ‘민족정서를 향토적 시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 백석은 광복 후 북한에 남아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외국문학 번역창작실에서 러시아문학 번역과 동화시 창작을 하다가 량강도 삼수군에 내려가 농장원 신분으로 문학도를 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에서 백석의 활동과 가정사, 노후의 삶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백석이 “모더니즘적인 기법으로 민족 고유의 토착정서를 노래해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김소월보다 우수한 작가”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경향문학의 선두주자로 북한에서 문화상과 교육상 등을 지냈던 한설야(1900~76)의 맏손자 한철우도 남측 문학과지성사에 단편소설 17편에 대한 출판권을 위임했다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밝혔다.

이번에 출판권 위임을 받은 단편소설은 ‘과도기’, ‘합숙소의 밤’, ‘이녕’ 등 한설야가 월북전 발표한 작품들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북한 문학을 주도하다 숙청된 한설야는 1990년대 들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로 복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헌영 소장은 “소설 ‘탑’, ‘황혼’ 등으로 유명한 한설야 역시 작가로서 남북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이번 저작권 교류를 계기로 서로 다른 문학세계를 구축했던 백석과 한설야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까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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