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리아 核커넥션 의혹 ‘찻잔속 태풍’?

북핵 불능화 기술팀이 4박5일 간의 방북일정을 통해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의 초안을 마련하는 등 북핵 불능화 로드맵이 진척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시리아 핵커넥션’ 의혹이 제기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인들은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이들 국가에 거의 남지 않은 (핵 물질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최근 시리아에 대한 정찰비행 중 핵 시설로 추정되는 시설들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WP)도 다음날 ‘이스라엘 등이 제공한 시리아의 핵관련 초기 정보를 수차례 재평가한 결과 미국은 북한과 시리아가 미사일에 이어 핵분야에서 제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15 일엔 폭스뉴스가 북-시리아 핵커넥션 정보가 미국 관련부처 내부에서 코드명 ‘과수원'(orchard)으로 불렸다고 소개하며 “북한은 시리아에 핵시설(nuclear facility)을 판매했으며, 이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국 내 언론들의 보도는 최근 북한이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과 다음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를 앞두고 갑작스레 터져 나와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북핵 불능화 기술팀이 지난 11일부터 닷새 동안 방북 활동을 성과 있게 마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측은 기술팀의 방북활동 기간 영변 핵시설에 대한 설계도면까지 제시하는 등 전향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북측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확인되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에겐 북핵 폐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중심이 된 불능화 기술팀은 그동안 보고 싶었던 시설을 상세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당국자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연내에 불능화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불능화 수준도 한번 불능화 조치를 취하면 추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렇듯 불능화 기술팀이 협의한 북핵 ‘불능화 초안’은 19일께 열릴 예정인 6자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북한이 시리아에 핵물질을 판매했다는 의혹은 6자회담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15일 “핵 물질과 시설, 프로그램 등의 확산은 6자회담의 아주 큰 관련 부분”이라고 말해 차기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 문제도 의제로 다룰 뜻을 분명히 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에 핵기술자나 기술의 3국 이전 정보도 포함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신고와 관련, 우리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일체의 확산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미 행정부는 그동안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후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물질이나 핵기술을 제3국으로 확산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금지선)임을 분명히 해왔다.

때문에 북한이 시리아에 핵물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입증 가능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시리아 핵커넥션 문제로 인해 당장 6자회담이 좌초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 외교적 성과내기에 급급해 북한에 양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란과 시리아, 레바논 등과 상대해야 할 이스라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내 강경파들이 첩보를 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도 16일 북한과 시리아간의 핵커넥션 의혹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항상 하는 근거없는 소리들”이라며 “다른 말은 할 것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북핵 문제를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이상 ‘물적 증거'(real evidence)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대북정책 방향을 다시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시리아 핵물질 판매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은 없다”면서 “핵확산은 미국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수는 있지만 미북간에 진전된 분위기를 뒤집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정보나 물적 증거가 제기되지 않는 한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 로드맵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문제는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나 추출된 플루토늄을 얼마나 성실히 신고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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