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지원 ‘주민 실질지원’ 첫걸음돼야

북한이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와 정치권이 수해관련 대북지원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도적인 대북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고, 한나라당은 하루 전 내부 논의 끝에 식품과 의약품 지원을 정부에 촉구하기로 결정했다. 민노당은 대북지원을 위한 5당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수해피해 지원에 한정해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이 포함된 대북지원을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며칠 전 한국적십자사가 지원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이 북한의 막대한 홍수피해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지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적 지원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기보다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치유해야 한다는 동포애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미사일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북한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식품과 의약품에 한정해 인도적 지원을 정부에 촉구한 것은 나름의 대북지원의 원칙이 감지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이 북한 지도부와 주민을 갈라보고 인도적 지원을 촉구한 것은 바람직 하지만, 이것이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맹점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식량기구(WFP)와 같은 내부 모닝터링이 가능한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열린당과 민노당이 북한수해를 계기로 전면적인 남북관계 복원카드로 대북지원을 앞세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의도 자체가 북한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자는 이야기다. 결국 북한 미사일 위협을 물타기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적 지원은 어디까지나 인도적 지원에 그쳐야 한다.

민노당의 친북적 정책은 익히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집권당인 열린당 김근태 의장의 “연평해전, 서해교전과 핵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을 계속했다”는 발언은 정부의 일방적 대북지원의 실패 경험을 또 다시 반복하려는 발언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복원’ 주장은 남한이 또 김정일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현재처럼 수세적일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난 용천참사 때처럼 우리의 복구인력과 의료진이 직접 들어가는 방안을 적극 제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만약 북한당국이 거부할 경우 차선책으로 분배의 투명성을 제기하는 순차론도 필요할 듯싶다.

이번 대북지원은 맹목적인 교류협력의 수단이 아닌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북지원을 정착시키는 첫 걸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면밀한 후속 전략이 주목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