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지원, 주민-정권 분리하는 역(逆)통일전선술 될 수 있어”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여부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원칙하에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를 강력히 제재하는 것과는 별개로 인도주의에 입각해 신속한 지원을 펼치고, 우리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애민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아직까지 수해 지역 방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정권의 실체를 폭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막상 인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포용 정책을 펼친다면 북한 주민들과의 연대의식 제고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독재 정권과는 별개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께 북한 수해를 계기로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 대응하는 대북 광폭정치를 펴라고 건의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 대통령이 지난 7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김정은 정권과 북한 간부·주민을 분리해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이에 대한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함경북도 수해 이재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처럼 직접 돌볼 테니 김정은은 적극 협조하라고 대북 선전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핵도 용인할 수 없지만 북한 주민의 고통을 방관하는 것은 더더욱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 인도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친(親)박근혜 반(反)김정은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한국 정부는 파격적 대북 수해지원과 김정은이 이를 즉각 수용하라는 제안을 북한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수해 지원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발을 잘 이해한다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해 지원을 ‘친남, 반김정은’ 정서 확산 계기로 삼아, 북핵에 대한 북한 내부의 견제세력을 강화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는 것.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도 “이 시점에서 정부가 수해 지원을 하는 것이 곤란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략전술상 수해지원이 북한 당국과 북한 주민을 구분하는 역(逆)통일전선술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기 힘들면 적십자사를 통해서 지원할 수 있고, 순수 민간단체의 활동을 묵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역시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 지원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역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마크가 분명하게 찍힌 구호물자가 정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이어 “수해 지역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것처럼 독재정권과는 결별했지만 불쌍한 북한 동포는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전달함으로써 통일의 주역인 젊은 세대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손을 잡아야 하는 대상’이란 인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의 수해 지원과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구호 요청을 받은 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면서 “(북한으로부터) 긴급 구호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