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지원, 분배투명성 외면할 것인가

정부는 지난 11일,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해 민간 대북지원단체와 함께 20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별도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과 복구 장비를 지원하기로 밝혔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당일 북한 수해의 심각성과 정치권 및 각계각층의 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수해 긴급 구호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지원은 2004년 범국민적 차원에서 추진된 북한 용천 피해복구지원과 같이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이번 수해지원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만나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정한 북한 식량 피해 규모인 3만~10만 톤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고 밝혀 지원 규모가 훨씬 클 것을 예고했다.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대로 최대 10만t 규모의 쌀이 지원될 경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187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지난 7일 북한이 수해로 인한 사상자가 4천명에 육박한다고 분위기를 조성한 이후, 9일에는 북한이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를 통해 남한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있은 직후다.

이에 앞서 일부 시민단체와 대북지원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는 그동안의 ‘눈치보기’를 끝내고,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잠정 중단된 대북지원을 ‘인도적 지원’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부여하며 대북지원 재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인도적인 지원 명분을 내세워 지원식량의 전용(轉用)을 감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북한 당국에 원조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자유지식인선언’(공동대표 최광)은 17일 성명을 내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국민들에게 호소했으나, 모니터링이 실제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대북 지원을 강요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불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민협 “北 수해현장 방문 요청에 묵묵부답”

이와 관련, 북한에 자체 모금한 94억원 상당의 구호품과 정부에서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100억원을 집행할 ‘대북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경우 북측에 수해현장 방문 의사를 서면으로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민협 회장단체인 ‘남북나눔운동’의 윤환철 교육국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대북지원 단체들이 각각 모금한 예산으로 밀가루 등의 식량품을 최우선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수해지역에 대한 현장방문을 북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호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싶어도 북측에서 반대해 한계가 있었다”며 “그렇다고 주민들을 생각하면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지원은 현장방문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재민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의 성격이기 때문에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일각의 모니터링 확대 요구에 대해 “그동안 쌀 차관을 북에 제공했을 때 10만t 마다 북측으로부터 보고서를 받고, 추후에 북측과의 협상을 통해 4~6곳을 방문해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해지원은 아직까지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에 대한 요구는 한 것이 없다”고 밝혀 분배과정의 투명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WFP의 북한이 집중호우로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한 직후, 수재민에게 식량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후속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조건으로 긴급 구호식량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거절했었다.

그러나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추후 협상을 통해 WFP의 지원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모니터링 요구를 통해 대북지원의 전용을 막아내고 있는 국제기구와 우리 정부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원 식량에 대해서는 현지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샅샅이 현장을 뒤지는 WFP의 행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 분배과정에 대한 ‘접근권’ 허용해야

북한의 홍수 피해가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수재를 겪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도 이러한 명분을 앞세우기 위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이 거세지자 국제지원기구의 철수를 요구할 정도로 자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탈북자들은 지원쌀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장마당에서 지원 쌀이 은밀히 유통되는 현장사진까지 나왔다.

북한이 모니터링을 거부할 경우 정부는 ‘지원 불가’ 의사를 밝혀야 한다. 매년 수십만톤의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조건에서 언제까지 ‘묻지마 지원’을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북한 주민 입장에서도 결코 옳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대북지원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분배되는지 전혀 확인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문제가 된 ‘대북 퍼주기’ 논란을 앞으로도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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