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용소서 노예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 충격”

단정한 차림의 북한 여성 경찰이 교통지휘봉을 든 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휘봉을 허공에 휘저으며 온 몸을 격렬하게 흔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추는 춤은 점점 이해할 수 없는 ‘행위’ 자체로 변질되면서 단정했던 옷차림마저 흐트러진다. 결국 ‘춤’을 추던 여경은 바닥에 쓰러진채 기이한 ‘행위’를 지속한다.


이는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김정일리아’의 한 장면이다.









▲H.C. 하이킨 ‘김정일리아’ 감독. /김봉섭 기자

‘김정일리아’의 감독이자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실험 연극 배우이자 극작가로 활동중인 N.C. 하이킨 감독. 그가 이 장면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자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갈망이다.


북한 주민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경찰 제복처럼 김정일정권에 의해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는 그들을 더욱 옥죄여오고, 주민들은 자유를 찾아 몸부림친다.


‘김정일리아’는 이렇게 자유를 위해 북한을 탈출한 12인의 탈북자들이 겪은 기아, 고문, 수용소 생활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한국 개봉에 맞춰 방한중인 하이킨 감독은 28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고립된 수용소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자란다. 또 임산부는 자신의 아이가 죽임 당하는 것을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북한인권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하이킨 감독은 완전통제구역 수용소에서 출생했던 신동혁 씨의 얘기를 꺼내며 “폐쇄된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모진 노동과 폭행을 강요 당하고 살아온 그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또한 수용소 내에서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거나, 임산부가 낳은 아이들을 죽인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노예로서, 동물 같이 태어나 자란다는 것이 비극이다. 인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 아닌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북한이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는 ‘김정일리아'(김정일화)를 영화 제목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온갖 공포통치를 통해 주민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는 북한 정권의 거짓을 고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이킨 감독은 또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북한 주민 개개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미 2009년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상영된 바 있다. 뒤늦게나마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된 것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관객들과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북한과 관련된 컨퍼런스 등에 참여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비롯해, 이민자들의 아픔을 다룬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하이킨 감독과 인터뷰 요지]


-영화를 준비하면서 접했던 가장 충격적인 북한인권침해 사례는 어떤 것인가.


“모든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지만, 신동혁 씨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폐쇄된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모진 노동과 폭행을 강요 당하며 살아온 그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또한 수용소 내에서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거나, 임산부가 낳은 아이들을 죽인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노예로서, 동물 같이 태어나 자란다는 것이 비극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 아닌가.”


– 영화에는 한 여성이 복장을 바꾸면서 ‘행위예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그 장면은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영화 상의 이야기들에서 나타나는 감정들을 드러낸 것이다. 옷을 점차 벗으면서 춤과 행위예술을 하는 여자 경찰은 자유를 갈망하는 의미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춤을 추는 것은 북한 정권의 폭압정치에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순수성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춤을 통해 관객들이 쉬어가는 타이밍을 갖게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탈북자들 12명의 인터뷰가 감정을 극하게 고조시키다보니 관객들이 그 감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런 감정을 견딜 시간을 주지 않으면 외면해 버리기 때문이다.


춤의 의미는 한 가지가 아니다. 기아, 성매매, 폭력 등 이야기 주제에 따라 행위예술을 선택, 연출했다.


관객들이 여성이 허공에 발차는 장면을 보고 ‘이 장면은 김정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발로 차서 밀어버린다는 의미 아닌가’ ‘독재와 수용소를 타도하자라는 의미 아닌가’라는 질문을 하고는 한다. 물론 그런 의미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탈북자들을 북송시키는 행위, 수용소에서 주민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행위를 뜻할 수도 있다.”


– 영화를 만들며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것이 핵심이고 중심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북한의 모습은 ‘집단 안무’를 대표하는 한 ‘집단’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제목을 굳이 ‘김정일리아’로 정한 이유는?


“김정일리아를 조사해봤다. ‘평화’ ‘정의’ ‘지혜’ ‘사랑’ 등을 뜻한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테러로 공포를 일삼고 있고 주민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이것은 굉장한 거짓말이다.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상징성을 김정일리아에 넣고 싶었다.”


-‘김정일리아’가 상업적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수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영화를 만들면 관객이 많이드는 것을 바라지 않겠나. 많은 관객수를 바라지는 않지만 100만명정도는 봐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 문제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북한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응이 좋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유명인사 대접을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미국은 이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인권문제는 전 세계가 함께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북한과 관련된 컨퍼런스 등에 나가 북한의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계획 중이다. 또한 몇 시간전부터 한 가지 구상이 떠올랐는데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가는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세계 여러 이주민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다루고 싶다.


또한 내 영화가 교육도구로 널리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수들이나  북한인권의 실태를 알리는 NGO들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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