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속도전’ 생산물자배분 왜곡심화 가능성

1950년대 전후 복구건설을 위해 총동원 체제를 구축했던 ‘천리마 운동’ 때처럼 새해 벽두부터 “혁명적 대고조”를 내세워 경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북한이 경제 각 부문에서 1월 생산계획을 “초과 수행”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로 볼 때, 경제 ‘속도전’은 단기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원의 특정분야, 특정기업에 대한 집중을 비롯한 자원배분의 왜곡 등 부작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요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전으로 경제가 붕괴된 상태에서 조기복구를 위해 일으켰던 1950,60년대의 ‘천리마 운동’을 제외하고 북한에서 벌어진 경제 속도전이 제대로 성과를 낸 적이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1971년 100일전투 이래 여러 차례 이뤄진 100일 전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된 1974년 주도했던 ’70일 전투’나 ‘3대혁명조소운동’, 1982년 제2차 7개년 계획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시작한 ’80년대식 속도창조운동’ 등 다양한 ‘속도전’ 운동이 벌어졌지만 부분적으로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그치고 도리어 북한 경제체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렸다는 것이다.

북한의 ‘속도전’은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로 지나치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적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인들에 대한 물질적 인센티브는 뒤로 한 채 국가를 위한 헌신만 강요하는 동원체제는 북한 경제체제의 창발성 부족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반적인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지도력을 과시해야 할 필요성때문에 자원배분의 왜곡까지 더해져 장기적으론 북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김 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한 공장.기업소에 북한 당국이 국가 차원에서 생산자원을 우선 집중공급함으로써 이들 공장.기업소는 단기간에 목표를 “초과 수행”할 수 있지만, 이에서 소외된 분야와 공장.기업소는 생산자원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말 김 위원장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주창한 이후 1월초부터 전 주민과 기관이 파철을 수집해 이곳에 집중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산업분야와 공장.기업소는 상부 보고용 성과를 내기 위해 부족하나마 갖고 있던 재원과 자원을 모두 앞당겨 생산에 사용하는 바람에 나중엔 공장을 돌릴 자재가 동나는 상황도 발생했다는 게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은 특히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정치.경제 시스템이 대부분 붕괴된 상태여서 사회주의 고유의 계획경제에 의한 자원배분도 어려운 실정이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과거와 달리 조직이나 사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계획경제도 붕괴한 상황이어서 예전 속도전 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일부 대표적인 기업소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면서 여타의 다른 경제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이 과정에서 시장이나 무역, 기업의 자율적 활동을 억제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최근 주민들의 소토지 소유를 제한하고 기업개혁을 가로막는 조치들이 취해지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북한 속도전의 특징과 기원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창현씨는 “북한의 속도전은 경제적인 면에서 단기적으론 자원을 총동원해 추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그 여파로 인해 항상 이후엔 경기 조정작업을 거쳐야 했다”고 지적하고 “정치적 효과도 1980년대 이후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