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 이전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들이 남북 관계를 훼방 놓지 말라며 연일 미국을 비판하고있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9일 ‘참견질을 그만두고 제 할 바를 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남관계는 력사(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채택 이후 극적으로 마련된 평화번영과 화해단합의 훈풍 속에 새로운 력사의 장을 펼치고 개선과 발전의 길을 헤쳐가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미국은 그 무슨 ‘대북제재의 철저한 리행(이행)’을 운운하며 남조선(한국)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미국이) 국무성 관리를 서울에 보내여 남조선 당국 관계자들은 물론 기업가들까지 만나 북남경제협력에 서뿔리(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로골적(노골적)으로 강박하였다”며 “특히 미 국무성관리는 ‘남북경제협력이 앞서나가서는 안된다’고 단단히 못을 박으면서 저들의 대 조선(북한) 정책에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마크 램버트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 정부와 대북 정책 관련 의견을 나누고 경협 기업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남북 교류 분위기와 무관하게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제재 해제 이전에 성급하게 대북 경협을 진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민족끼리는 8일에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조하며 남북협력사업을 막고 있다고 비난하는 글을 실은 바 있으며 ‘조선의 오늘’도 지난 5일 “북남관계 문제는 철저히 조선민족의 내부 문제이며 그 주인도 조선 민족이다”며 “미국은 여기에 끼어 들 자격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다방면으로 남북 교류가 추진되고 있지만, 미 행정부가 최근 대북 제재 원칙을 강조해 남북 간 협력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판단, 대외용 매체를 동원해 미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을 비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실으면서 남북관계가 ‘민족’, ‘내부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노동신문도 지난 2일 ‘판문점선언 이행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글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남북한끼리 힘을 합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한편, 대북제재가 남북 간 철도사업을 막고 있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8일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북한의 핵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때까지 현재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미국 국무부는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북한의 비핵화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