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거, 찬성 기표없이 반대만 기표

오는 8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들어간 북한 유권자들은 먼저 벽에 걸린 고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에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을 한 다음 공손히 두손으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 넣는다.

해당 선거구에 단독 등록한 후보자에게 반대한다면 좌대에 놓인 연필을 집어 들어 후보자의 이름에 횡선을 그은 뒤 투표함에 넣지만, 찬성이면 투표용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채 투표용지를 그냥 투표함에 집어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뒤에서 북한 당국자가 지켜보는 만큼 반대를 표시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게 탈북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아예 반대 표시를 할 연필조차 준비 안된 곳도 있다는 것.

만 17세 이상의 북한 유권자들은 당국에 의해 조성된 `축제’ 분위기 속에 사전에 받아든 번호표와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공민증을 갖고 주민투표소로 간다.

NK지식인연대의 현인애 사무국장(2004년탈북)은 5일 “투표일에 여자는 조선옷(한복), 남자는 말쑥한 양복을 입게 돼 있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탈북한 황해남도 출신의 박모(43)씨는 “투표소에는 소나무 가지로 아치형 개선문같이 꾸민 ‘솔대문’이 있고 ‘경축 선거,’ ‘우리 혁명주권을 반석같이 다지자’라는 선전용 플래카드가 내걸리며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확성기가 울리고 조선옷을 입은 할머니들이 둥그렇게 모여 춤도 추곤 한다”고 선거날 풍경을 설명했다.

사전에 인민반이나 선거구에서 참여를 독려하고 투표에 불참하면 정치적 불이익을 받는 등 ‘찍히기’ 때문에 투표는 반드시 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이때문에 투표율은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100%에 가깝다.

물론 부재자 투표도 있다. 사업상 용무로 거주지 이외의 지역으로 출장을 간 유권자는 ‘선거이동증’을 끊어 부재자투표를 한 뒤 ‘선거확인증’을 받는다.

부재자 투표는 그러나 남한과 달리 자신의 주소지 선거구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부재자로 등록한, 즉 현재 머물고 있는 선거구의 후보자에게 투표한다.

중병, 고령, 신체장애 등의 사정으로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주민들은 각 선거위원회가 돌리는 ‘이동선거함’에 투표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투표는 오전 9시 정식 시작하지만 출근해야 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오전 6시부터 투표할 수 있으며, 오전 11시께면 투표가 거의 완료된다.

선거 결과는 후보자 100% 당선이지만 지금까지는 투표 이튿날 당선된 대의원 명단이 발표됐다.

북한은 선거를 일요일하기 때문에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데 최근에는 오후에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기도 한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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