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양학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고려의학(한의학)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어서 그런지 건강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면서 “특히 양약보다 한약에 기대려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양약이 효과가 빠르다는 점은 다들 알고 있지만, 다른 부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일단 급하게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주민들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약초를 구매하려고 북부 지대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대부분 북부 지역 시장에는 구매 의사를 표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전문적으로 말린 제품을 파는 장사꾼들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오갈피와 느릅나무 껍질, 황기, 만병초 잎사귀도 약초로 팔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 속에서는 한약을 사용했던 일부 환자의 완치 소식이 널리 퍼지면서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시장에 불법 제조된 ‘가짜 양약’이 성행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나빠졌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병원에 가서 어떤 병인지만 진단받고, 약은 고려약국(한약국)에서 대부분 동약(한약)을 처방받는다”며 “또한 시장에서 약초를 구매해서 자체로 달여서 먹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의학대학에서도 신약학보다 동의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 “한약을 복용하려는 주민들이 늘게 되면서 ‘이전보다 마약을 하는 주민들이 줄어든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엔 치료 불가 수준의 병원 수두룩…당국 방치로 외국 후원자 모색 중”
북한 주민들이 ‘자력자강’으로 건강 문제를 신경쓰고 있지만, 당국의 대처는 아직까지 안일한 듯 보인다. 일례로 시설이 매우 낙후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수준으로 방치된 병원이 수두룩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소식통은 3일 “양강도 시골 병원은 조선(북한)의 60년대 수준으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소독기 등 병원 내부에 치료를 위한 기기가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시설이 엉망이며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병원 안이 상상 못할 정도로 더럽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병원에 와서 다른 환자로부터 감염되어 병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의 지방 관료들이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열악한 의료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 사업가나 후원인들을 자체적으로 물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간된 2018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는 “북한 주민들은 의료시설과 의료진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는 병원에 가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서는 “북한 주민들이 의료에 대한 불신 때문에 비공식 개인약국에서 약을 사서 복용하거나 개인 의사(퇴직 후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다”며 “이런 의료행위에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인데, 북한 당국은 이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