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퍼지는 기대감과 우려, 우리의 맞춤 전략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곳곳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작 중요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이끌어 내지 못한 반쪽짜리 합의였다는 주장과 아직 판단은 이르다는 시기상조론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데일리NK가 북중 국경과 내륙지역 일반 주민과 평양의 핵심 간부들을 중심으로 반응을 체크해 본 결과, 이 같은 양상은 북한 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40분간 편집·방영하면서 역사적 만남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화제’로 떠올랐고,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기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중국산 핸드폰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비교적 많이 접한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이다. 양강도의 한 주민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예상했던 일이 실제로도 벌어졌다”면서 “이제는 남조선(한국)과도 미국과도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은 그동안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통해 스스로 현실 판단을 하고 있다. 즉, 한국 및 국제 언론에서 전하는 북한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당국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선전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 스며들어가고 있는 각종 정보는 북한 주민들에게 감춰진 진실을 알게 해 주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이들은 북한 당국이 미국 및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미국과 ‘평화체제’ 구축도 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북 제재 해제→경제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밀수 때문에 중국산 핸드폰을 주로 사용하는 한 주민은 “제재가 해제되고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면서 “평화 시대가 도래하면 생활이 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보에 취약한 일반 주민들은 대체로 당국의 행태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을 ‘통일을 가로막는 나라’ ‘미제국주의’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선전해 왔는데, 갑자기 정상회담을 하고 평화체계 구축까지 논의하려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모내기철이어서 텔레비전이나 신문도 제대로 못 본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왜 갑자기 ‘철전지 원수’ 미제(미국)와 화해를 도모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의 한 협동농장 농장원은 “원수님(김 위원장)이 하시는 일은 당연히 믿고 따라야 하지만, 이번엔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강연이 이뤄지면 이유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절대 미제는 믿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 당국의 지속된 사상교육으로 인해 주민들 내에서는 아직까지 반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평양 핵심 간부 등 기득권 세력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외부 정보를 쉽게 접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기대감’을 표하는 것과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개혁이나 개방이 이뤄지면 자신의 권리나 권한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현재 시스템에서 부(富)를 영유하려는 욕심이 더 강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평양의 한 간부는 “솔직히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는다. 별다른 변화 없이 그냥 현재처럼 뒷돈(뇌물)을 받는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에 속으로 불만을 품는 간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북한 당국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주민들에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도 간부들을 대상으로는 ‘현재 정세 및 향후 전략’을 연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핵심분자’의 충성심부터 공고히 다지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모습으로 볼 때 우리가 북한 변화 유도 전략을 마련함에 있어 주민과 간부 등 계층과 속성에 따라 맞춤 전략전술을 구상해야 하는 문제도 중요해 보인다. 라디오 방송 등 각종 루트를 활용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길이 손해 보다는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즉 각각의 북한 주민이 처해있는 상황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함께 호흡하면서 고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