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첫 송금 박상권 사장

남북경색 국면에서도 지난 5월 북한 남포에 있는 남북합작기업 평화자동차 공장으로부터 가동 6년만에 처음으로 수익금 50만달러(약 6억4천만원)를 남한 본사로 송금받은 이 회사 박상권 사장은 “북한이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자신들과 가까운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만들어 놓은 합영법대로 하면 북한에서 일하기가 쉽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만난 박 사장은 “지금은 중국 시장까지 바라보고 만들고 있지만 북한에는 노조가 없고 인건비가 싸며 기술이 좋은 만큼 훗날에는 유럽연합(EU)의 가장 강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기준인 ‘유로4’ 기준의 차량까지 만들어 서울에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가 북한에서 유일한 승용차 제작업체여서, 내각을 비롯해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수익의 송금이 당초 지난 2월에서 5월로 늦춰진 것도 “북한이 보내지 않으려 해서가 아니라 북한에서도 우리쪽으로 송금을 처음 하려니 절차가 복잡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 16년간 159번이나 방북했다는 그는 “우리가 어떤 통일 전략을 세워도 기본적으로 북한과 손잡고 가지 않는 한 백지에 불과하다”며 “지난 10년간 북한에 퍼주기 논란이 있는데, 우리가 퍼줬다면 우리는 북한의 마음을 퍼왔다, 북한 사람의 마음이 넘어와 버렸다”고 주장하고 “천금 만금을 주더라도 마음을 얻지 못하면 통일에 무슨 소용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에 제재를 강하게 할수록 북한은 더 세게 나오게 돼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은 좋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남북관계 미래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내달 11일부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평양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을 보내 남북관계를 풀어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북한 진출 10년만에, 공장 가동 6년만에 이익이 났는데.

▲북한이 아무리 어려워도 2천300만명이 사는 나라다. 가능성이 있다. 이익 내는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뿐 아니라 우리가 운영하는 보통강 호텔에서도 이익이 나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평양으로부터 서울로의 이익금 송금에 애로가 있었다던데.

▲북측에서 처음 해봐서 그런 것이다. 합영법에 나온 대로 하면 된다. 합영법은 100%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이것 저것때문에 안 된다 하면 “법 만든 사람 오라”고 하면 된다. 법대로 하면 일하기 쉬워지고 싸울 일이 없다. 송금도 법에 명시된 것이다.

국제관례를 내세워 매년 우리 회사에 대해 북한 외부로부터 세무감사를 해 왔고 올해는 삼정회계법인에서 세무사가 들어가게 돼 있다. 개성공단도 법대로 하면 되는데 북측에서는 우리가 6.15, 10.4선언을 부인한 만큼 “법을 안 지킨 것은 당신네가 먼저다”는 논리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도 법에 처리 방법이 있는 만큼 우리가 먼저 문을 닫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평양에 가서 해결했으면 됐을 것이다. 외부에는 북한이 변덕스럽게 알려져 있는데 북측이 그만큼 순진하고 요령이 없는 데다 신경을 안 쓰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건데 북한에서의 사업은 합영법에 의해서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평화자동차의 주고객은.

▲정부기관과 무역회사 등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외국대사관 사람들도 있다. 북한에서도 영리 활동을 하려면 기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일 잘 팔리는 모델은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뻐꾸기 3’이다. 대당 1만8천달러인데 대부분 달러나 유로로 할부없이 현찰 위주로 거래한다.

–평화자동차 공장 현황은.

▲지금 북한에서는 `150일 전투’가 진행중이어서 우리 공장에서도 북측 근로자 340여명이 그간 하지 않던 야근까지 해가며 생산량을 배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조립판매한 것이 약650대인데 올해는 어제(20일)까지 이미 758대를 팔아 총 1천5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력과 구매력을 감안할 때 북한에서 100대 판매한 것은 남한에서 1만대 수준이다.

우리 회사가 북한 자동차 공장의 모태가 되도록 우리도 북측에 얘기하고 북한 당국에서도 정책적 도움을 주고 있다. 북한 당국은 시중에 나돌아 다니는 일제 중고차를 수거하고 벤츠 같은 외제 수입차에는 100% 이상 관세를 작년말부터 부과했다. 우리는 무료수리 등 애프터 서비스의 장점을 내세워 일제 중고차보다 판매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북한의 자동차 제조 기술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주로 유럽에서 자동차 부품 2만개를 들여와 조립하는 완전조립식이지만 지금 엔진과 차체도 만들 수 있다. 협력 사업체가 없으니까 만들 수 없을 뿐이다. 국내 자동차 모델의 금형, 도면 등 몇 가지만 확보하고 철판을 가져가면 북한에서 차체를 찍어내고 엔진은 중국 등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어 자력갱생형 북한 차를 만들 수 있다. 세계가 기술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평양에서 지금도 일본차까지 도장할 수 있다. 우리 차의 도료는 벤츠랑 똑같은 것을 쓴다. 참고로 북측 사람들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며 검은색 차량을 좋아한다.

우리가 차를 만들면 북측에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데 2년전쯤 북측 관계자로부터 “(김정일) 장군님도 타보시고 이만하면 됐다고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는데 공장은 어떻게 돌리나.

▲10명정도가 돌아가며 평양에 있는 우리 호텔에서 상주하며 기술지도를 한다. 남한 사람은 2, 3명 정도고 일본인이 7명이며 중국인도 있다. 남북관계에 따른 위험을 감안한 것이다.

–북한 경제가 작년 3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이 제재한다고 북한이 도태되고 없어지지 않는다. 우리 아니면 북한을 도와줄 나라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남한의 쌀과 비료가 안 가도 버티고 경제가 일어선다. 왜? 중국 단둥과 이어지는 철교가 북한의 젖줄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나와 ‘외화벌이’ 하느라 혈안이 돼 있고 그들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한국이 손 떼도 중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원활하게 잘 돼서 내부적으로 손잡고 발전시켜 준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뒤 제재하고 있는데 그 영향은.

▲중국이 손을 뻗치고 있는 한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정말 죽을 상태면 미국과 손 잡겠지만 아직 버티는 것은 살 만 하니까 그런 것이다. 150일 전투는 경기부양책의 성격으로 실업자 없이 다들 일하게 하는 성격이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