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소개팅 중매업자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전화(휴대전화) 통신시간을 거래하는 일명 ‘전화돈’을 이용해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돈을 받고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전문 중매업자가 나타나 이에 대해 문의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며 “손전화로 통화시간을 현금처럼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도 북한에서 결혼 적령기의 남녀를 주선하는 일이 있었지만 젊은 남녀 다수의 신상 정보를 관리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이상형에 따라 상대를 주선하고 소개비를 받는 전문 중매업자의 등장은 새로운 현상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만남을 원하는 사람이 손전화 통화시간을 충전하고 이 전화통화 시간, 일명 ‘전화돈’을 만남 중매인에게 보내면 중매인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료에 기초해 의뢰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만남을 주선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즉, 중매인은 중매 수수료로 현금 대신 ‘전화돈’을 받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 통화시간이 부족할 경우 시장에서 현금을 주고 전화통화 시간을 충전할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끼리 휴대전화 통화시간을 서로 돈을 주고 거래하면서 송금과 결제를 대신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북한판 핀테크 ‘전화돈’ 유행…간편 송금·결제도 가능)
휴대전화 통화시간을 받으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전화돈’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엔 이 ‘전화돈’으로 만남 주선이라는 서비스 상품의 이용비용 결제에도 이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전화돈’이 일종의 가상화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중매자를 통해 만남을 가지려면 반드시 선불로 돈을 보내야 한다”며 “전화돈을 보낸 후에 외모, 체력, 직업, 집안, 재산 등 원하는 조건을 통보문(문자)을 남기면 된다”고 말했다. 중매 서비스 이용 비용은 요구 조건에 따라 가격이 높아지는데 보통 최소 비용이 30달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매인들은 의뢰자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목록으로 만들어 고액 의뢰자에게 보낸 후 직접 상대를 선택하게 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전화를 통한 중매업자들이 결혼정보회사와 비슷한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만남 중매인들의 등장은 북한의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와 연관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북한에선 연애와 결혼 등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도 당이 원하는 배우자상, 국가가 바라는 가정상을 대입해 직장이나 기관이 결혼을 주선하는 일이 많았었다.
한 탈북민(2014년 탈북, 양강도 출신)은 “젊은 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람들이 일종의 전문적인 사업가로 등장한 것은 그만큼 연애에 대해 자유로워진 북한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최근 북한에서 연애결혼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도 “이제는 노동당이 요구하는 혁명적인 만남과 결혼은 이제 더는 젊은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젊은층은 쉽게 이성을 만났다가 헤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손전화를 통한 중매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