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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궁기 막바지 고비인 5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남한의 쌀 지원 소식이 없어 장마당에서 쌀값이 소폭 상승할 조짐이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3월 말 함경북도 회령 장마당 쌀값은 북한산이 1kg에 820원 수준이었다. 최근에 쌀값이 850원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북한에서 쌀값 1kg에 30원 변동폭은 미미한 수치다. 그러나 남한 쌀지원 지연이 원인이라는 상인들의 주장은 흥미롭다.
6, 7월이 되면 보리와 햇감자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에 극심한 식량 부족 우려는 덜게 된다. 따라서 5월이 춘궁기 막바지 고비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춘궁기 들어 오히려 쌀값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감소하지 않고 중국에서 식량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한 지원 소식까지 알려져 쌀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국경도시 ○○시에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주민 최모 씨는 11일 전화통화에서 “남조선에서 언제 쌀을 보내는가?”라고 느닷없이 물었다. 기자가 지원식량을 기다리냐고 묻자, 최모 씨는 “여기서는 남조선에서 쌀을 많이 보내준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최근에는 별 말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지원 식량은 대부분 군부와 정권기관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다시 장마당에 풀리기 때문에 쌀값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북한 상인들이 남한 쌀지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동안 쌀을 사재기하면서 오르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남한 쌀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일부에서는 손해를 봐가면서도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의 지원쌀이 들어오지 않자 식량을 내다 판 상인들은 “괜히 식량을 일찍 내다 팔았다”며 분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인들 속에서는 당국이 배급을 못 주니, 사재기한 쌀을 끌어내기 위해 거짓말을 퍼뜨렸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봄철 들어 전력사정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양수동력이 농촌에 집중되면서 시내는 캄캄하다”고 말했다. 교차전력 날짜인 수요일은 전기를 전혀 주지 않고 평일에는 밥 먹는 시간에만 1시간씩 전기를 준다고 한다.
어쩌다 불이 오면 저마다 조명용으로 쓰는 자동차 배터리와 전지들을 충전시키느라 전압이 떨어져 핸드폰 배터리 충전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