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회 마약문제 뉴욕 할렘처럼 심각”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미 의회에 제출한 세계 각국의 마약활동 보고서에서 예년과 달리 북한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지만, 북한 당국은 사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마약 재배와 제조.유통을 엄격히 단속해오고 있다.

문제는 미국측 발표대로 북한의 마약관련 활동이 “명단에 오를 만큼 미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지만, 북한 내부는 마약에 찌들었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북한 당국은 과거 외화벌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마약의 재배와 밀매를 해왔으나 국제사회에서 불법 국가이미지를 얻고 국내적으로도 마약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자 김 위원장은 2002년 3월17일자로 “그 어느 특수단위를 막론하고 아편재배 및 마약 밀매를 금지할 것”을 극비 지시했다.

비밀 지시를 한 것은 그동안 마약 재배와 밀매에 당국이 개입한 것을 공개 시인하는 모양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시 분석이었다.

북한 당국은 2004년엔 형법을 개정, 마약 사용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마약 제조 및 밀매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했고, 급기야 작년 초에는 인민보안성이 마약 거래.제조.수출 등에 연루된 사람에 대해 최고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에 따르면 이달 초만 해도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마약 밀매자 1명을 공개 총살하는 등 마약 밀매자들에 대한 처벌이 고강도로 집행되고 있다.

특히 2003년 4월 호주에 헤로인 150㎏을 밀반입하려다 붙잡힌 북한 화물선 ‘봉수호’ 사건 관련자들도 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엄격히 처벌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봉수호 헤로인 밀매건은 일부 고위층과 노동당 작전부의 일부 관계자들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김 위원장 몰래 저질렀다.

봉수호 사건이 터지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마약 금지령이 먹히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한 데 대해 크게 분노하면서 관련자들을 적발.처벌할 것을 지시했으며 그 결과 김해운 작전부 부부장 등 관련자 들이 해임돼 지방으로 추방됐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된 마약 재배와 거래는 북한 당국의 통제수위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화하고 있다는 게 북한 관측통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1970년대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밀매하던 마약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때문에 판로가 막히자 부메랑이 돼 북한 내부 시장을 휩쓸면서 사회 전체가 마약에 찌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헤로인, 코카인, 필로폰, 도리도리(암페타민계 신종마약) 등 온갖 종류의 마약이 “마치 뉴욕의 할렘가처럼” 북한 전역의 골목에서 밀매되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동남아의 마약소굴로 알려진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브랜드(고급) 종류까지 북한으로 밀수입해 최고급 헤로인을 다량 생산, 북한 내부에서 판매하는 등 북한 사회의 마약문제는 외부의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밀매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북한 내부 시장을 휩쓸고 있어 문제”라고 우려했다.

북한에서 마약 거래와 중독이 확산되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만성적인 식량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계기로 국가에 의한 식량배급 제도가 붕괴되고 사실상 각 기관.기업소 자체적으로 종업원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병원과 제약.화학공장 등을 중심으로 각종 마약을 생산.판매해 식량구입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인민군 장교병원인 평양의 ’11호병원’은 작년 마약으로 유사시 외상통증을 차단하는 강력한 진통제인 이른바 ‘총탄알약’을 만들었는데, 종업원들에게 쌀을 사서 배급하기 위해 이를 시중에 밀매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각지 제약.화학공장에서는 종업원들에게 쌀을 공급할 방법이 없자 위법인줄 알면서도 화학적으로 히로뽕 등을 제조해 시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해 종업원들에게 나눠주면서 마약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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