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봉수호 마약 밀수범은 무국적(?)

지난 달 호주 법원에서 선원들에 대해 무죄평결이 내려진 봉수호를 이용해 호주에 마약을 밀수하다 붙잡힌 마약 밀수범이 6일 호주 법원에서 23년형을 선고 받았다.

빅토리아주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머레이 켈럼 판사는 마약 밀수범 웡타송(40)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충분한 자금지원 아래 이루어진 국제 마약밀수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가석방 금지기간 16년을 포함해 23년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웡으로서는 최소한 16년이라는 세월을 어두운 감방에서 보내야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가 설령 운이 좋아 환갑을 넘기기 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해도 따뜻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국제 미아의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일고 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국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돌아갈 나라도 없는 상황이 돼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4월 호주경찰에 체포될 당시 그는 여권은 물론이고 다른 신분증도 전혀 소지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름이나 국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웡 자신은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확실한 국적을 밝히지 않고 있어 중국이나 북한이 나서서 그를 자국 시민이라고 주장하지 않을 경우 그는 영원히 무국적자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호주 언론들의 설명이다.

켈럼 판사도 이날 판결을 내리면서 웡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의 형기가 끝나면 호주 당국이 그를 추방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켈럼 판사는 “그가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인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켈럼 판사는 웡에 대해 자신의 가방이나 몸에 띠를 둘러서 마약을 운반하는 따위의 통상적인 마약 운반책이 절대 아니라면서 “웡이 헤로인을 포장하는 데서부터 운반하는데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수지 등으로 여러 겹 포장된 헤로인 자루 등에서 그의 지문이 숱하게 발견됐다면서 무식한 행상인으로 호주에 와서 내용물이 뭔지도 모르고 짐들을 운반하는 역할만 했다는 웡의 주장은 신빙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웡은 지난 2003년 4월 15일 밤 빅토리아주 인근 해상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동료 1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이용해 봉수호에서 헤로인 150kg을 육지로 실어 나르다 고무보트가 뒤집혀 동료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호주 경찰에 체포됐다.

악천후로 고무보트가 뒤집히면서 동료와 함께 25kg짜리 헤로인 자루 하나를 잃어버린 웡은 남은 헤로인 125kg(싯가 1억6천만 호주 달러 상당)을 마약 운반을 위해 미리 호주에 입국해 있던 다른 운반책 3명에게 건네준 뒤 숨진 동료를 해안 지역에 묻고 숲 속에 숨어 있다 경찰에 붙잡혀 마약밀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난 달 초 빅토리아주 최고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봉수호 선장 송만선(65), 정치보위부원 최동성(61), 1급 항해사 리만진(51), 기관장 리주천(51) 등 북한 선원 4명은 봉수호에 실린 화물이 마약인지 몰랐다는 일관된 주장으로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난 뒤 북한으로 귀국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시드니항에 정박해 있던 봉수호는 먼 바다로 예인된 뒤 호주 공군기에 의해 격침, 수장됐다.

그리고 미리 호주에 입국해 대기하고 있다 마약을 운반했던 육상 운반책 중 키암 파 텡(47)과 야우 킴 람은 이에 앞서 열린 재판에서 각각 22년형과 2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며 나머지 1명의 육상 운반책에 대한 형량 선고는 내달초에 있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클랜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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