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보위부, 간부들 승진해서 집 옮길 때 방에 도청장치 설치”

진행 : 안녕하십니까. 이광백입니다. 2015년 유엔은 대한민국 서울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16년 탈북민들의 증언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은 통일 후 인권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될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어떤 인권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 봅니다. 지금도 북한에서 인권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가해자들이 인권침해 행위를 중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북한의 간부를 비롯한 고위층들이 겪는 인권 침해에 관해 들으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간부 생활을 하다 탈북한 김형수 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북에서 무슨 일을 하다 오셨어요?

제 고향은 양강도 혜산시입니다. 거기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죠. 그러고 나서 생물학부가 전공이다 보니 평양에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 지금은 김정은의 건강장수를 연구하는 연구소, 만청산연구원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제 고향이 양강도 혜산시니까 그쪽으로 가서 도 인민위원회의 행정간부로 근무하다 탈출했습니다. 

– 일반 인민들이 보기에 간부들은 배곯을 일도 없고 온갖 세를 누리기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냐, 어떤 인권 침해를 당하느냐 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인권침해를 이야기하시려는 건가요?

제가 종합대학을 다닐 때 저희 학급에 여학생이 5명 있었는데 여학생 부모들이 다 큰 간부였어요. 중앙당의 총무부 부부장, 조선중앙은행 총재도 있었는데요. 이런 고위직 간부들인데 졸업이외 바라는 게 없더라고요. 고위직 간부일수록 더욱 언제 자기가 책벌 당하거나 또 순간에 정치범수용소까지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번 굴러 떨어져도 크게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고위층 간부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거예요. 또한 고위층 간부일수록 감시도 심합니다.

제 친구 아버지가 떨어진 다음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너는 아버지가 대학교수니까 떨어질 일도 없겠다” 했는데 실상 고위층 간부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항상 안고 삽니다.

– 먼저 감시, 통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간부라면 오히려 일반 인민들을 감시하고 이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인데, 이 간부들도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우선 도 인민위원회에도 담당 보위원이 있습니다. 간부들에 대한 감시는 일반인들보다 더 강력합니다. 일반인들이 생활하는 작업장이라든가 이런 곳은 도청이나 감시가 소홀하지만 간부일수록 도청이라든가 미행이라든가 각종 감시가 더욱 삼엄합니다. 일반인보다 더욱 감시를 받는 것이고, 이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나 김정은도 마찬가지겠죠, 간부일수록 더욱 조여 가지고 항상 그들이 어떻게 되나 감시를 많이 해야 권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 북한 주민 전체에 대해 사찰하고 감시하는 주기관이 바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죠. 당시 고위층에 대한 보위부의 감시 체제는 어떻게 되어있었나요?

일단은 북한은 자기 집이라는 게 없잖아요. 승급하면 자기 원래 살던 집을 내놓고 부장아파트로 가는데 가기 전에 청소를 다 해놓고 벽지도 새로 바르고 합니다. 그때 다 도청 장치를 설치해놓는 거예요.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도 보위부에도 8부라고 하는 도청 담당 부서가 있습니다. 이런 부서들에서 새로 입주할 때라든가 노골적으로 간부 방이 빌 때 보위원들 통해서 청소한다든가, 방을 수리한다든가 와서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거예요.

거기서 ‘왜 도청했느냐’ 항변할 수가 없어요. 사촌형이 간부였는데 ‘도청을 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가 자리에서 잘렸습니다. 항상 알고 있으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거거든요. 간부들은 항상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합니다. 심지어 부부들끼리도 집에서 중요한 말을 못하고 밖에 나와서 얘기해야 했어요.

– 그러면 지금 국가안전보위부에 도청 전문 부서가 있다는 거군요?

있죠. 도 보위부에는 8부가 있고 국가보위성에는 아마 국이 있을 겁니다. 일단 그게 있다는 것을 알아요. 응당 체제 유지를 위해,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하니까 일반적으로 집에서 정치적 발언은 피하는 것이죠. 

–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 간부들은 공공연하게 아는군요?

네, 다 알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기를 통제하려는 그런 능력이 강하죠. 왜냐면 말 한마디 삐끗 잘못했다가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죽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날아간다’고 하거든요. 김정은이라 부르지 말고 앞에다가 ‘원수님’ ‘장군님’해야 하는데 ‘김정은 왜 그래’ 한마디 했다면 죽어야 해요. 이렇게 한마디로 죽는 북한 사회이다 보니까 간부들은 도청에 항상 민감하고 주의하죠.

– 미행은 어떤 식으로, 어떤 경우에 이뤄지는 건가요?

미행 같은 경우는 제가 직접 당해봐서 아는데요. 우선 미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마을에 가면 동네 인민반에도 담당 보위원이 있어요. 큰 간부들이라 해도 자기 부서에 가면 담당 보위원이 있거든요. 그 사람을 통해서 수시로 감시하는 거예요. 실례로 전날에 평양에 있는 친구, 대학교 동창이 백두산 답사 왔다가 1박2일로 쉬는데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집에서 쉬었어요. 그런데 나는 친구가 쉬었다는 말도 안했는데 보위원이 나를 불렀죠. 그리고 어제 집에 왔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봐요. 그게 다 보고된다는 거고요. 그 친구와 밤새 거리를 걸었는데 그것까지 다 아는 거예요. ‘이건 완벽하게, 꼼짝달싹 못하게 감시하는 구나’라고 느낀 거죠.

– 간부나 고위층이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면 그 힘도 더 커지겠죠. 그럼 당국의 감시나 통제를 덜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더 강해진다고 봅니다. 일반인들 같은 경우는 뭔가 한마디 한다고 해서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은데 간부들일수록 모여서 이야기하는 게 어느 한편으로는 체제전복이나 쿠데타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방심하지는 않죠. 간부들일수록 밤에 누굴 만나며, 몇 명 만나며, 몇 시까지 술 같이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계속 감시해요. 그리고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감시가 복합적이에요. 나를 감시하는 게 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 감시하고 또 다른 사람이 감시하고 이런 상황으로 가다보니까 누가 진짜 나를 감시하는지 모르고 복합적으로 감시받는 거죠.

– 비교적 단순하면 어떻게 대응해볼 텐데 누가 감시하는지 모르는 거미줄과 같이 얽혀있으면 어떻게 해보기가 어렵겠군요?

맞아요. 제가 아는 탈북민 친구 하나가 북한에 있을 때 그런 정보원이 됐더라고요. 행정간부로 있던 친구인데 행정간부 보위원이 보위원 소속도 아닌, 같은 부서 생산처, 계획처 등 이런 처 안에 지도원 일꾼들한테서 누구 하나를 데려다가 “너 좀 감시하라”고 하면서 정보원이 되는 거예요. 부서 안에서 행사 전달을 했는데 거기에서 반박을 했다거나하면 이런 걸 알고 있다가 보위원들을 직접 만나면 사람들 눈에 띄니까 조그만 메모종이에다가 내용을 대략 쓰고 종이 밑에다가, 자기가 만약에 철수이면 ‘ㅊ’ 하고 써놓고 동그라미까지 딱 쳐가지고 밀어 넣어준대요. 이런 식으로 감시하는 게 있다는 거죠.

– 김 선생님이 직접 도청과 미행을 당한 사례랄까요, 그것 때문에 처벌을 받은 기억에 남는 사건 같은 게 있을까요?

네, 그런 일을 많죠.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제가 종합대학에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당 조직부에 배치 받았어요. 이후 집을 받았는데 인민문화궁전 앞에 있는 조직부 아파트였어요. 그 친구가 와이프를 만났는데 그 와이프 아버지가 중앙당 간부였어요. 그 집안이 아들이 없었어요. 그 장인이 힘을 써가지고 중앙조직부까지 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그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중앙당 아파트 1층에 경비가 있습니다. 가족, 친척도 못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내려와서 경비한테 얘기하고 올라갔습니다. 그때도 어떤 사람이 경비를 서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파트가 간부 사택이지만 그곳에도 인민반장이 있습니다. 친구랑 얘기 중에 갑자기 인민반장 온다니까 친구 부인이 막 뛰어나가서 문을 다 닫고 안에 사람이 와서 술 마시는 거 보이지 않게 하느라고 바빴어요.

그런데도 다음날에 어떻게 된 건지 제가 직장을 나가니까 관리자가 중앙당 아파트에 갔던 거랑 거기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다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중앙당 간부 집에 갔다는데도 그랬어요. 평소에 미행하고 감시하고 그러는 거예요. 평양시는 더합니다. 곳곳이 보위원들 천지에요. 북한 전체를 확대경을 가지고 보는 거랑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사람을 일거수일투족 다 감시하고 문서 가운데서도 비밀문서 같은 것도 존재할 것 아니에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하나요?

일단 간부들일수록 문서검열이 철저한데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책자라든가 신문이 있습니다. 간부들만 보는 신문이요. 사람들은 노동신문 중 5면, 6면을 많이 보려고 하는데 외부세계가 조금 실리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실제 간부들에게 들어가는 참고신문이나 참고자료는 좀 자세하니 일반인이 보기에는 정말 놀랄 수 있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간부들은 강연, 교육도 받아왔고 이미 많이 알고 있기도 하니까 깊이 있게 알려주는 거죠. 이 신문이 외부로 나갈까봐 신문 위를 보면 ‘대내에 한함’ 이런 문구가 적혀있고, 하나하나 번호가 있어요. 생활총화노트, 강연노트도 구비되어 있는데 그것도 뒷장에다가 도장을 찍습니다. 도 인민위원회 기호실이란 곳에서 도장을 박아주는데, 그 책을 다 쓰게 되면 압수합니다.

자기가 쓰던 책들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주는 일반 책도 비밀이고 부서 안에서 계획된 사업 계획서라든가, 지역출장 때문에 차를 배정받는데 이런 문서도 마찬가지에요. 차가 도 인민위원회 소속이다보니 다음 주에 어디를 출장 가야해서 차를 신청하면 그 신청서마저도 집에 가져갈 수 없어요. 다 사무실에 놓고 가야하고 수시로 사무실 도장을 찍고 봉인 딱지를 붙이게 해요. 명절에 집에 갈 때는 그 도장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나갈 때는 일체 모든 책을 본인한테 안주고 다 압수합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각종 문서, 서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집에도 못 가지고 가게 하는 게 원칙인 거죠.  

– 그러니까 간부들 역시 자유로운 행동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회인 거군요? 

간부들도 김정은한테 매여 있고 그를 위해 충성해야 될 사람들이에요. 그(김정은)가 하는 모든 방침과 지시가 법입니다.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고 그 말을 안 들으면 정치적 생명은 죽은 거로 보는 거죠.

– 그러면 북한 당국이 도청하고 감시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나의 권리를 침해했다’ 이런 인식을 갖기가 매우 힘들겠네요?

오히려 일반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일반 노동자들은 ‘당에서 나를 이런 자리에 올려줬으며 혹시나 내가 잘못을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를 감시하는 배려를 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제도 이곳에 와서야 ‘이것이 인권이었구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북한에 있었을 때는 인권이란 개념을 인지하고 못했고 그냥 당의 요구를 숙명적으로 받들어야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여기 와서 그것이 모두 인권 유린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겁니다. 

진행 : 북에서 간부를 비롯한 고위층은 일반 인민들에게 있어 특권계층입니다. 그럼에도 간부와 고위층들 역시 당국의 심각한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불안함 가운데 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시간, 이들 간부와 고위층들이 겪는 인권 침해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부를 비롯한 고위층들이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데에 있어 어떤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정현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형수 씨의 오늘 증언을 통해, 북한 고위층의 인권침해에 관해 어떤 인권법적 문제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

오늘 증언에서 들으셨듯이 북한의 간부나 고위층이 오히려 공적, 사적 영역에서 도청, 미행 등 더욱 엄격한 감시, 통제를 보위부에 의해 받고 있는데요, 특히 사적 영역에서의 과도한 감시와 통제는 국제인권법상 북한의 사생활 보호 의무 위반입니다.

북한도 당사국인 자유권규약 제17조는 어느 누구도 그의 사생활, 가정, 주거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거나 또는 그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불법적인 비난을 받지 아니하며,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 또는 비난에 대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법에 의해 허락을 받고 하는 감청 및 미행이 일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북한의 경우와 같이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이러한 행위는 국제기준상 상당히 자의적인 간섭, 즉 명백한 사생활 침해로 보입니다.

– 네, 북한 간부를 비롯한 고위층들이 겪는 인권침해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조정현 교수님 감사합니다.

진행 :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인권침해를 기록해 향후 가해자 처벌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북한 당국과 책임자들은 인권 침해 행위를 지금이라도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 <라지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눈물의 기록, 정의의 기록>, 지금까지 이광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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