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난과 생활고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기업소 내 절도 사건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료 도둑질을 하다 들킨 한 주민이 보안원(경찰)에게 맞아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흥남비료공장의 한 노동자가 비료를 도적질해 공장 정문까지 통과했는데 야간순찰에 나선 보안원에게 걸렸다”며 “이 주민은 비료 마대를 멘 채로 뛰어 달아나다가 뒤따라온 보안원의 전기곤봉에 맞아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절도 사건은 비료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현장 노동자, 순찰을 하는 공장보위대와 결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에 들킨 노동자는 혼자 도둑질을 시도하다 화를 당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주민은 도적질해본 적이 없는 고지식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생활 형편이 극도에 달하자 어쩔 수 없이 비료 도적질을 나섰다가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안원의 제기(신고)가 들어간 이 주민은 다음날로 비료공장에서 해고당했다”면서 “다친 상처를 치료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형편이고 아이들도 굶고 있고 아내는 돈을 구하러 친척 집으로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실업이 영원히 없어졌다(사회주의 노동법 5조)’, ‘노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14조)’라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해고에 대한 법적 조항이 없다. 이에 소식통이 말한 해고는 해당 노동자가 다른 직장으로 배치됐거나 해임돼 해당 기업소를 떠났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탈북민은 “북한에서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은 없다”며 “해당 노동자가 간부급이어서 철직 당한 것을 해고 됐다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현재 이 주민의 가정은 꽃제비(부랑아) 직전의 신세에 놓여있다”면서 “지금 형편에서 누가 들여다 보는 사람도 없어 이 가족이 한 달을 버텨내겠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최대 비료 생산기지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생산량이 저하되고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기업소에서 생산된 비료를 도둑질해 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해 기업소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흥남비료공장) 생산과의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해마다 공장노동자들이 도적질해내는 비료의 양은 생산량의 10%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연간 비료 생산량은 70~100만t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공장 주변에는 낮 뿐만 아니라 밤에도 야간 순찰대가 투입되어 밤이고 낮이고 공장 주변을 지키고 있다”며 “공장은 도적질을 막기 위해 5년 전에 1m 반이었던 울타리를 허물고 2m 높이로 다시 쌓았고 울타리 위에는 유리 조각까지 박았다”고 말했다.
기업소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주민들의 생활고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비료 도적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