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박남기 해임설..화폐개혁 희생양 되나

북한의 경제 운영을 주도해온 노동당의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이후 물가폭등 등에 대한 문책으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속성상 `박남기 해임설’을 100%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뒷받침할 만한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박남기 부장의 이름이 20일 넘게 북한 언론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박 부장은 지난달 9일 신년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종업원 궐기모임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적어도 현재까지는 북한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박 부장은 김 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를 거의 빠짐없이 수행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중앙통신이 지난달 4일 김 위원장의 희천발전소 건설현장 현지지도에 따라갔다고 전한 것이 마지막이다.


박 부장의 해임이 사실이라면 작년 11월 말 단행된 화폐개혁의 여러 가지 후유증에 대한 `문책성’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김정일 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으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재정을 확충하고,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거의 `통제 불능’ 상태로 커진 시장을 통제하는 대신 국가계획경제 체제를 복원, 민심을 다독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불과 두달여 지난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는 참담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장 매커니즘’의 마비로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재화의 공급이 격감하면서 주민들의 삶이 일거에 무너졌고, 함경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삶이 이렇게 궁핍해지면 민심의 동요가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현재 가장 신경쓰고 있는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이다.


화폐개혁 이후 불과 두달 남짓 지나서 박 부장의 해임 얘기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박 부장이 화폐개혁의 희생양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폐개혁을 실무적으로 추진한 것은 박남기지만 실제로 배후에서 기획, 조정한 것은 `김정은 후견인’이자 북한 권부의 최고 실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박남기는 1980년대에 당 경공업 비서를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함께 일했다”면서 “나름대로 권력의 생리를 알기 때문에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보신주의적 스타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남기가 해임됐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주요 ‘경제브레인’들이 걸어온 `불운한 종말’의 전철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례로 2002년 7.1조치 이듬해 총리로 발탁돼 시장경제 도입을 주도했던 박봉주도 결국 2007년 노동당과 군부의 집중 견제로 실각, 평안남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대북 소식통은 “박봉주의 경우 노동당 경력이 전무하고 권력 암투에 무지했던 탓에 김 위원장의 지시대로 일하다 당과 군부 견제로 희생양이 됐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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