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민주화운동이 中 국가안전 위협할 수 있나

I.


중국이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다른 3명의 한국인을 ‘국가안전위해죄’라는 죄목으로 50일째 억류하고 있다. 국가안전위해죄의 모법(母法)은 ‘국가안전법’이며, 중국의 국가체제를 위협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돕는 활동은 중국의 법테두리 내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김영환 위원이 중국의 체제위협이라고 간주될 수 있는 행위를 했을 리 없다는 점은 탈북자를 돕기 위해서이건 혹은 중국의 북한전문가와의 의견교류를 위해서이건 그 전제 조건이 중국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명백하다. 중국체제를 위해하는 행위는 김영환 위원과 3명의 운동가들의 북한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외국인을 그 어떠한 명백한 증거도 밝히지 않은 채 50일이나 국가안전위해죄라는 죄목을 걸어 억류하고 있다. 언론은 김 위원이 단순히 탈북자를 돕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내부에서 민주화운동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기사를 쓰고 있다. 한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김 위원이 탈북자를 돕는 일 이상의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민주화가 중국체제위협으로 이해된다는 것 자체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2003년 홍콩에서 중국의 국가안전법을 모방하여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때 무려 50만 명의 홍콩시민이 길에 쏟아져 나와 이를 무산시켰다. 중국의 일부분인 홍콩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국가체제가 위협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하물며 중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부분인 북한의 반인륜적 억압체제에 반대하는 행위에 대하여 중국이 간섭할 이유는 없다.


다른 한 편 중국의 국가안전부가 북한의 보위부와 공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김 위원이 랴오닝성 국가안전부가 위치한 대련이 아니라, 북한정보원들이 우굴거리는 단둥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개연성이 높다. 심지어 북한 보위부가 김 위원 일행을 북한으로 데려가려는 것은 중국 정보기관이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만일 이런 추측들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해야 할 집단은 북한의 보위부이다.


II.


중국은 한국 정부에 체포 후 며칠이 지난 4월 1일 김영환 위원과 3명의 운동가들이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되었음을 알려왔다. 착잡한 것은 이 대통령이 4월 20일 통일정책 최고위 과정 특별강연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은 지나간 과거사다. 나는 오히려 통중봉북(通中封北)이 맞다고 본다”며 중국 역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은 남과 통하고 북을 봉쇄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바로 이런 기대어린 발언을 했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시작을 선포하기 위하여 중국을 방문한 시기에 김영환 위원을 단둥으로 옮겼다는 것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양면적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후진타오 주석이 3월 방한하여 이 대통령의 부탁을 받아들여 주중 한국 공관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던 탈북자 모두를 한국으로 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감사할만한 조치다.


그러나 동시에 김영환 위원 일행을 접근을 금지시킨 채 증거 없이 장기간 구금하는 행위는 항상 중국이 갑(甲)이요 한국은 을(乙)의 위치에 머물도록 만들겠다는 패권주의적 발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태도는 중국이 한 섬을 놓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에 대하여 ‘작은 나라가 중국과 같은 대국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 도저히 중국을 위협할 수 없는 필리핀이 자국을 위협하다는 발언자체가 폭력이고 위협이다.


왜냐하면 외국의 위협에는 방어와 대응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빙궈의 발언은 필리핀에 대한 협박을 정당화하겠다는 술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중국정부의 태도는 ‘평화롭게 우뚝선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거친 패권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을 아무런 명백한 증거도 없이 50일이나 구금하는 중국의 자의적 법질서를 놓고 볼 때,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중국에서 한국과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무역마찰을 중국이 어떻게 다루리라는 점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중국의 국가안전위해죄에는 산업스파이도 포함된다. 반체제이건 반경제이건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모두 국가안전위해죄로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정부가 단순히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이라는 경제적 이익만을 노려서 중국과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그것은 한국의 주권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올가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패권주의적 행태는 실패할 것이다. 중화패권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기반이 세계화 시대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스스로가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이고 외국의 협조 없이는 국가를 운영할 수가 없다.


또 이번에 김영환 위원과 북한인권운동가를 국가안전위해죄로 얽어매려는 시도도 실패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보위부와 합작으로 한국인을 체포하였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것은 한국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적대행위일뿐더러 이곳에서 반중감정이 높아질 것임은 명백하다.


그리고 50일 동안 공표하지 못한 범죄행위를 중국의 국가안전부가 이후에 밝혀냈다고 주장한들, 부당한 고립과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심문 받은 결과에 대하여 한국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다. 이미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이념의 좌우를 떠나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외라면 통합진보당의 철딱서니 없는 주사파 정도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