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6자회담 물건너가나

“당분간 협상국면 조성은 물건너갔다.”

정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북핵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내 도발을 감행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대응조치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발사체의 성격부터 규명하자’는 신중론도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악화된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할 때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얘기가 약발이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아무래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인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수뇌부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6자회담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미사일이 발사된 만큼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게다가 최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나머지 참가국 대표들을 불러 이른바 ‘6자회담 비공식 회의’ 개최를 제안한 마당이어서 이래저래 중국은 곤혹스러울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위축된다면 이는 곧 6자회담 모멘텀도 동시에 힘을 잃게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첨예한 의견차이를 노정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을 그나마 협상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중국의 독특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가 향후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월 한달은 물론 한동안 6자회담의 모멘텀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찬 바람이 불 때까지’ 회담의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아예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기본 정책 방향을 협상에서 대결로 돌릴 경우 6자회담은 생명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극단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을 상대로 “더이상 양보는 없다”는 강경론이 확산돼왔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비난 결의안 채택이나 경제 제재, 해상봉쇄 등 다양한 강경 제재안이 추진될 경우 “협상을 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국면이 전환되곤 했던 북한 문제의 속성을 생각할 때 6자회담이 완전히 물건너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남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미묘한 역할’도 향후 사태 전개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정기간 냉각기를 거치고 난 뒤 다시 6자회담의 유용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이 정부 입장을 담은 성명을 통해 “북한은 이번 발사로 야기되는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하여 대화로 문제를 풀고 국제적인 비확산 노력에 부응해 나갈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힌 대목은 유의할 만하다.

또 미국과 일본 등 대북 강경 제재를 주장하는 나라들도 한결같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빼놓지 않고 있는 것도 퇴로를 열어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초기에는 강경 대응방침이 주류를 이루다 결국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하는 등 협상국면이 조성됐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서 “냉정하게 사태진행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대북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다만 1998년 당시 북한과의 협상을 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강경론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쉽사리 협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행정부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상당기간 강경론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양보가 아닌 북한의 상황인식 전환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당분간 6자회담은 물론 어떠한 형태의 협상도 전개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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