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발사, 합의위반여부 `공방’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비롯, 북측이 그동안 발표해온 각종 관련 선언이나 성명에 위배되는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있다.

북측의 관련 발표는 1999년 미사일 시험발사유예(모라토리엄) 선언, 2003년 이후에도 발사유예를 유지키로 한 2002년 평양선언, 그리고 9.19 공동성명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외무성 아시아 담당 이병덕 연구원과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20일 발언을 시작으로 이를 일축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정부 대책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만약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평양선언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1999년 자신들이 서명했고 2002년 재확인한 모라토리엄 상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 미사일 모라토리엄은 분명히 지난 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서명한 공동성명의 일부”라면서 미사일 발사는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내 놨다.

‘북한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했던 과거와 현안사항의 해결을 기초로 하여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는 9.19 공동성명 2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병덕 연구원은 20일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해 “평양선언과 6자회담 공동성명 등 어떤 성명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데이어 한성렬 차석대사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른바 모라토리엄은 조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쟁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과연 평양선언과 9.19 공동성명 등에 위배되는 것인지, 또 위배될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여부로 압축된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발사 유예를 2003년 이후에도 유지할 것’을 약속한 평양선언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양국간 계약이나 약속을 했더라도 그 이행의 근본적 기초가 되는 부분에 변경이 생길 경우 의무를 벗게 된다는 ‘사정 변경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논리는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이 북미간 대화가 진행중일 때에 한해 유효하다는 것으로, 북미 양자 대화가 차단된 지난해 3월 이후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형식 논리상의 하자는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단절을 사정변경 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사일 발사유예는 미국하고만 한 약속이 아닐 뿐더러 현재 북미간 대화단절도 북한이 6자회담에 나서지 않아서 야기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문제와 관련, 평양선언, 9.19공동성명 등은 준수의 의무, 위반시 부과되는 책임 등이 전제되는 조약 및 국제협약과 달리 정치적인 것으로, 위반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그러나 그 약속을 파기할 경우 약속에 대한 반대급부 또한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지만 미국, 일본이 북한에 미사일 발사 유예의 대가로 내건 각종 대북 지원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