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2년 12월 창단된 평양민속예술단은 성악, 기악, 무용 등 북한에서 예술활동을 하던 탈북자 20명이 모여 북한식 공연을 벌이는 단체.
이 예술단 활동의 섭외뿐 아니라 공연의 연출, 기획에서 직접 출연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김영옥 부단장은 본인 역시 1998년 북한땅을 떠나 2001년 3월 국내에 입국해 정착한 탈북자 출신이다.
김 부단장은 “북한에서 6살부터 노래를 배웠고 예술단체에 소속돼 공연을 해 왔다”며 “남한에 와서 남북한의 이질적인 문화를 느끼고 북한의 문화를 소개해주는 것도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식 노래와 무용, 악기 연주를 직접 남쪽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북한에서는 저렇게 음악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전달해주고 싶단다.
그는 “언제든 남북한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 살게 될 때 서로 자신의 문화가 우수하다고 경쟁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결국 그것이 통일을 뛰어넘어 남북한이 통합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겠느냐”고 다부지게 설명했다.
탈북자들이 모인 예술단체를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창단 초기 공연을 관람하던 남쪽 관객들의 썰렁한 반응을 지켜볼 때였다고 했다.
김 부단장은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생각해도 우리 공연은 너무나 북한식이어서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며 “재미도 없었고 북한 문화를 잘 모르시는 남쪽의 관객분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그 이후 예술단에서는 남쪽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는 “분단 전부터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불러왔던 민요 같은 노래가 역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다”며 “비쥬얼한 문화에 익숙한 남쪽 관객들을 위해 무용이나 춤을 많이 포함시켜 입체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남쪽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조금씩 평양민속예술단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한국자유총연맹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같은 곳에서 공연도 알선해주고 후원도 해줘 거의 매일같이 공연을 한다고 했다.
김 부단장은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우리가 열심히 공연해서 관객분들이 박수를 쳐줄 때가 정말 고맙고 기분 좋다”며 “나이 드신 분들이 저희 손을 꼭 잡아주실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단이 창립하고 채 1달이 되지 않았을 때 가졌던 공연에서 처음에는 200명이 찾았다가 나중에는 5명의 관객만이 남았었는데 그 5명의 관객들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 예술단은 매일 같이 공연을 하면서 남쪽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게 되는 여유도 가지게 됐다.
올해 7월에는 제주도 ‘장애인을 위한 해수욕장’행사에서 봉사공연을 가졌고 6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복지관에서 노인분들을 모시고 평양에서 유명한 ‘두릅냉면’과 ‘평양냉면’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면서 위문공연을 갖기도 했다.
또 작년에는 탈북자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방문해 같은 고향에서 와 남한사회 정착을 기다리고 있는 후배 탈북자들을 위해 공연을 갖기도 했다.
김 부단장은 “우리가 예술단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서고 있지만 고향인 북한을 떠나 남한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처럼 소외되고 외로운 처지의 분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공연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예술단 활동은 최근 조금 어려운 시간을 맞고 있다.
김 부단장은 “우리는 탈북자인데 북한과 동일시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김영옥 부단장은 “질 높은 공연을 해 많은 분들이 또 보고 싶다고 느끼는 공연을 갖고 싶다”며 “그래서 남한의 4천800만 국민 모두가 저희 공연을 한 번씩은 보게 하고 싶다”고 당차게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