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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 좌경화가 깊이 뿌리박힌 데에는 한국 예술계도 한몫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예술에 드리워진 전체주의 사조가 창작의 자유를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예술을 바라보는 눈마저 흐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문화미래포럼(상임대표 복거일)이 최근 『자유주의, 전체주의 그리고 예술』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예술계의 좌경적 편향을 지적하며, 사회주의적 조류가 예술의 자율성과 함께할 때 지닐 위험성을 경고한다.
책은 “우리 사회에는 정부의 안색을 살피는 예술가들의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주로 생산되고 창조적이고 혁명적인 작품들은 점점 줄어든다”며 좌경화된 사회에서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한국 문학인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통일 이야기’를 꽃피우며 북한동포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등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왔던 한국 문학인들을 봐왔다. 그러나 정작 북한 인권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이때, 어느 누구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예술의 소재로 삼지 않는다.
인권과 민주화를 외치던 소위 ‘깨어있는’ 문학인들조차도 북한 인권문제만큼은 침묵으로 일관해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문학인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이 시대에 퍼져버린 좌경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그릇된 사회주의 이상에 드리워진 예술의 이념적 편향 아래, 문학인들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마저 버린채 왜곡된 문학의 길을 가고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또 북한의 예를 들어 전체주의 사회에는 결코 진정한 예술가가 존재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전제정치를 낳고, 예술은 권력을 칭송하고 숭배하는 역할만을 강요받게 된다는 것.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당에 의해 선택된 개인들이 작가와 예술가가 되고, 그들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체제에 봉사하는 것에 국한된다. 언제 죽게 될지 모르는 끝없는 공포 속에 작품에 대한 개인의 의지는 사라지고, 권력을 칭송하는 선전선동 일꾼만이 난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사상 유래없는 전체주의 사회인 북한에서 진정한 예술가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에 개인의 창의력과 개성을 발현해 작품을 창작하는 진정한 예술가는 없다. 당의 직접적 지휘감독 아래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숭배로 가득한 예술을 가공하는 소위 ‘기계적 기능인’만 있을 뿐이다.
“북한에는 문학인이 없다. 정치에 종속된 하위 업종에 종사하는 선전선동에 동원된 2부 리그 정치가들이 있을 뿐이다”는 장원재 숭실대 교수 지적과 함께 책은 북한 예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은 이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 남북 북화인 교류 또한 무의미한 교류였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작가들이 진정한 작가가 아니라 북한체제 선전선동 요원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남한과 북한 문인들이 만나 문학교류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남북한 작가들이 단체를 만들고 교류를 한다는 것은 문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적 행위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은 작가들 사이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전체주의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율한 행사에 불과하다.
책은 창의적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예술이 개인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전체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전체주의가 살아 숨쉬는 한 진정한 예술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술은 본디 자유사회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예술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자유사회 한국에서 좌경적 편향이 예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의 메시지가 한국 예술계의 좌경적 편향에 경고가 되고, 한국에 진정한 예술이 살아 숨쉬게 되길 희망해본다.
신보라/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