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과 김정은의 면담 및 만찬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한 가운데, 김정은과 특사단의 사진 구도와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대북대표단과 김정은의 만남 소식을 신속하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은과 대북특사단의 면담 내용과 사진 8장을 게재해 전면을 할애하고 2면 상단에서는 만찬 관련 사진과 내용을 실었다.
특이한 점은 신문은 “경애하는 최고 령도자 동지(김정은)께서 특사와 일행의 손을 일일이 뜨겁게 잡아주시며 그들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시였다”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평양애육원이나 군부대 방문 등 현지지도 기사에서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것.
지난 2013년 8월 1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동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여자축구팀을 만나 격려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선수들과 감독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었다”고 표현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인민 사랑과 선심 정치를 선전할 때 이 같은 행보를 묘사한다.
신문은 또 “특사대표단 성원들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 제23차 겨울철올림픽 경기대회를 계기로 고위급대표단을 비롯하여 규모가 큰 여러 대표단들을 파견하여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주신데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었다”는 내용을 기사 상단에 배치해 특사단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방북한 것처럼 전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덕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며, 북한 선수단의 참여가 아니라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파견이 대회에 도움을 준 것 같은 뉘앙스를 연출한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노동신문의 이 같은 우상화와 선전선동은 사진 구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신문은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일출 사진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을 실었다.
사진에는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수석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특사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순서로 서있다. 여섯 명이 서있는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을 사진의 중심에 두기 위해 김정은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두 명, 오른쪽에는 세 명을 배치함으로써 사진이 오른쪽으로 쏠려있는 불균형적인 구도를 연출했다.
또 사진의 배경을 살펴보면 김정은의 머리 바로 위해 태양을 둠으로써 김정은 우상화에 사진 구도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1면 하단에 실린 다른 사진에서도 이 같은 연출을 찾을 수 있다. 김정은이 서훈 특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이지만 특사단 등 뒤에서 사진을 찍어 김정은을 제외한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김정은의 말을 받아 적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지시를 노트에 적고 있는 북한 간부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권위를 선전하곤 한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면담 소식도 우상화 및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신문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과 남 사이의 다방면적인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위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특사단과)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시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사단과 김정은의 면담에서 이번 특사단 방북의 목적인 북미 대화를 위한 비핵화 문제도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