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에 녹아든 ‘3대 세습’ 힌트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를 공식 거론하지는 않고 있지만 3남 정운이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석은 다양한 정보와 각종 첩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 가운데 북한 매체의 보도가 유력한 ‘정보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3대 세습’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은유’로 볼만한 표현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보도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후계가 선정됐거나 조만간 선정될 것임을 암시하는 표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후계자 옹립과 관련한 분위기 조성을 도모하는 듯한 표현으로는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6월22일자 ‘위대한 정신력을 지닌 인민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제목의 글이 꼽힌다.

노동신문은 이 글에서 “강성대국의 문어귀에 이른 오늘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신력은 위대한 계승의 환희로 들끓던 1970년대처럼 더욱 세차게 분출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여기서 ‘계승의 환희로 들끓던 1970년대’는 1974년 김 위원장이 고(故)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결정된 때를 묘사한 것으로, 새 후계자 지명을 위한 내부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신문은 6월23일자의 ‘연면수(두만강 지류)여, 위대한 그 업적 길이 전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위대한 역사는 계승하면 빛난다”라며 “사회주의 위업의 계승은 혁명을 개척한 수령에 의해 창시되고 이룩된 불멸의 사상과 영도, 업적의 위대한 계승”이라고 밝혀 후계 문제를 암시했다.

또 후계자가 김 위원장의 아들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은유한 듯한 표현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올해 2월16일 노동신문 사설에 등장했다. “백두의 혈통의 빛나는 계승 속에 주체혁명의 양양한 전도가 있다”고 한 대목이 그것이다.

1998년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공식 등극하기 전 북한 매체들은 고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거론하며 “만경대 혁명일가의 위대한 혈통”을 종종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는 백두산을 거론하며 ‘백두의 혈통’을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이 아들에게 권력을 3대 세습하기에 앞선 선전 작업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달 초 북한 축구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때 종종 김정운을 가리키는 ‘김대장’을 따르자는 내용의 노래 ‘발걸음’을 불렀다고 북한의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운이 후계자임을 알리는 북한의 선전작업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케했다.

다만 김 국방위원장이 1974년 2월 당 정치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후계자 내정을 받았을 때를 즈음해 북에서 등장한 ‘당 중앙’ 등의 호칭은 아직 정운에게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서 국정원이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운 후계자 내정’에 무게를 싣는 보고를 했음에도 정부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통일부는 후계 문제에 대해 “공식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