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흥식 국장 ‘ARF회견’ 문답

태국 푸켓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 외무성 군축국장은 23일 “현재의 위기는 미국의 적대정책이 원인”이라며 대화를 하려면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국장은 미국이 제안한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에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지 않은 채 어떻게 패키지를 얘기할 수 있는가”고 반문했다.

북한 대표단은 21일 푸껫에 도착한 이후 입을 열지 않다가 이날 ARF 오전 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인 쉐라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심한 듯 열변을 토했다.

다음은 리 국장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모두발언
조선반도의 현 위기 상황의 본질은 바로 미국의 뿌리 깊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결과다. 그것은 어제오늘 비롯된 문제가 아니며 역사적으로 계속된 문제다. 이 문제를 오늘 우리 박 단장이 회의에서 이야기했다. 이 문제는 남조선과 일본에 미국의 방대한 무력과 최첨단 무기가 존재하는 한 해결될 수 없다. 즉, 미국의 뿌리 깊은 대조선 적대감이 해소되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6자회담도 이미 종말을 고했다. 그것의 장본인은 바로 미국이며 미국이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우리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일문일답
—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했는데.

▲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나도 얘기는 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문제다. 이것은 이미 부시 행정부 시기에 이른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우리가 핵폐기를 하면 이것저것 준다고 하는데 우리가 핵무기를 갖게 된 계기가 뭔지 생각해 보라. 핵무기를 가지게 된 근본 요인은 미국의 뿌리깊은 대조선 적대정책이고 여기서 이 문제가 파행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안전과 자주권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핵을 포기할 수 없다. 담보 없이 안전과 자주권을 몇 푼 돈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지 않은 채 어떻게 패키지를 얘기할 수 있는가.

—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인가.

▲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속에 칼을 품고 있는데 대화할 수 있겠나.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

— 북미수교에 대한 입장은.

▲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칼을 빼면 칼을 빼는 거지 (왜 우리한테 핵을 폐기하라고 하나). 우리는 작은 나라다. 주변에 방대한 무력과 최첨단 무기가 깔려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나.

—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하겠다는 얘기냐.

▲ 칼을 뽑아야(버려야) 대화를 한다. 언제 칼을 뽑을지 모르지 않냐.

— 안보리 결의에 대한 입장은.

▲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 이미 제재를 받아왔다.

— 5자협의에 대한 입장은.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은 있나.

▲ 우리와 상관없고 하든 말든 관계없다. 6자회담은 이미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했다.

—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 근로자와 미국 여기자 문제는.

▲ 우리 외무성의 관할 사항이 아니다.

— 미국 또는 일본과 이번 ARF에서 만났나.

▲ 만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 일본도 사실은 (안보리에서) 제일 앞장서서 방해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반세기 동안 우리를 간섭한 것으로도 모자란 건지.

—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 미국에 달려 있다.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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