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3일 북한이 실용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은하3호’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술 개발 의도가 크다”며 은하3호 잔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군이 서해에서 인양한 은하3호 1단 추진체의 잔해는 산화제를 담는 부분으로 밝혀졌다. 이 산화제 통은 직경 2.4m, 길이 7.54m, 두께 3.8mm, 중량 1.13톤으로, 재질은 알루미늄 합금(AlMg6)이다. 이 산화제 통에는 적연질산(RFNA : Red Fuming Nitric Acid)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산화제는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의 산화제인 액체 산소가 아니라 장기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적연질산이었다”면서 “때문에 북한은 우주발사체 개발보다는 ICBM 기술 개발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기존 운용 중인 노동·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적용하여 효율적인 장거리 미사일을 3단형으로 개발하였으며 이에 필요한 단 분리 기술을 성공적 구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적연질산은 엷은 노란색이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독성이 강한 산화제(연소를 위한 산소공급 추진제)다. 이는 옛 소련에서 개발돼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산화제로 사용되고 있다.
적연질산은 또 액체 상태로 충전 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우주 선진국에서는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 때문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적연질산의 비용이 저렴하고 제작도 용이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참여한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적연질산은 유도탄에 사용되는 옛 소련의 기술”이라면서 “상온에서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했기 때문에 우주발사체 개발보다는 ICBM 기술 개발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신성택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데일리NK에 “적연질산은 환경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사일의 산화제로만 용도를 제한해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위성발사 시 로켓엔진 산화제로 적연질산을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최소 비용으로 ICBM을 성공시킨 국가는 북한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방부는 이번에 발사된 은하 3호의 1단 추력은 500㎏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1단 추진체로 노동미사일 엔진 4개로 묶고, 스커드 미사일 엔진 1개로 2단 추진체를 각각 제작한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화제 통 하단부분의 용접선은 8개의 판넬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며, 마감상태가 조악해 기계 용접이 아닌 북한 기술자들에 의한 수작업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화통 외부 상단부의 전선과 압력센서는 수입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상으로 엔진상태를 실시간으로 전송한 카메라의 설치 부분도 확인됐다.
한편 은하 3호의 산화제 분석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됐으며 정보본부, 정보사,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한공우주연구원 등 42명이 분석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