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발사 미사일기술 축적, 대미압박은 得

북한이 5일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를 통해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체면을 구기고 청와대 추산 3억달러짜리 로켓을 태평양 상공에 뿌린 셈이 됐다.

더구나 불과 2달전 이란이 사피르 2호를 쏘아올려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기술력에 대비된다.

그러나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실패 때 제기됐던 전문가들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장거리 미사일 기술 측면에선 북한의 인공위성 궤도진입 실패가 반드시 실패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준엔 미치지 못하지만 그 기술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 미국을 직접 압박했고, 이번 발사에서 축적된 자료들로 사거리를 더욱 늘리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미국에 자신들의 미사일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시켜 협상테이블에 끌어내기만 하면 사실상 성공한 발사가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가 당초 우려해온 대로 북한의 이번 발사의 주목적은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있기보다는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4일자 기사에서 이번 발사가 “적대국들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현실을 외면한 구태의연한 대결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이는 “조선(북한)을 다계단 로켓 기술의 군사이전으로 떠밀 수 있다”고 위협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1998년 광명성 1호의 궤도진입이 실패했을 때도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보다 먼거리의 지상 목표물을 향한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서 “우리는 이를 미국의 우방국과 해당지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발사로 클린턴 행정부는 포괄적인 대북 접근책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고 북미 양국은 이를 바탕으로 99년 9월 미사일회담, 이듬해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미사일 문제 해법의 합의직전까지 도달했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 과시는 또 북한 미사일의 주요고객인 시리아 등 중동고객들에 대한 광고 효과도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북한 당국은 설사 국제사회의 ‘실패’ 평가가 입소문으로 퍼지더라도 로켓을 쏴올리는 장면 하나만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군사강국의 위력을 주입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도력’을 찬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일심단결로 ‘정치강국’, 핵시험 등으로 ‘군사강국’을 이룬 데 더해 두 차례의 인공위성 발사로 ‘과학기술 강국’까지 이뤄낸 만큼 앞으로 이러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경제강국’ 건설에 전 주민이 나선다면 강성대국은 머지 않았다는 기대와 낙관을 주민들에게 심는 데 선전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번 로켓이 마지막 진입에 실패해 전체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됐지만 2006년에 비해 사거리가 늘어났고 기술적 발전도 이뤘다”며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 등을 피할 수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에 나설 전망이어서 정치적 실익이 큰 도박”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