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발사, 기로에 선 한반도정세

한반도 정세가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

국제사회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국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그들은 인공위성이라고 극구 주장했지만 장거리 로켓이 내포하는 정치적 함의는 미사일과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로켓 발사체의 끝에 무엇을 장착하는 지에 따라 미사일이 될 수도 있고, 인공위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에 로켓 낙하 위험지역으로 지정한 좌표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650~3천600km 떨어진 동해상과 태평양 해상을 지정한 것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미국을 사거리에 둘 수 있는 장거리 로켓(미사일)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이를 운반(delivery)할 미사일 체계를 갖췄음을 과시하는 극적인 효과가 있다.

이렇게 볼 때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의 존재를 새로 출범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 알리려는 북측의 의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클린턴-부시 행정부와 16년간에 걸친 핵 대치에서 나름대로 협상전술을 체득한 북한이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다시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어떻게 나타나느냐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후속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당분간 북한에 대한 다양한 압박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북한도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반도의 위기지수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를 새로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감안할 때 ‘인공위성’임을 주장하는 북한을 효율적으로 제재하는 수단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개별국가의 대응, 특히 미국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이란이 자체 개발한 로켓(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오바마 정부가 대응한 방식은 상당한 시사점이 있다. 이란은 당시 로켓 ‘사피르-2호’에 ‘오미드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이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지는 않는 등 구체적인 제재 움직임은 보여 주지 못했다.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과의 대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만일 미국이 유엔에서의 논의를 추진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다면 북한의 로켓 발사는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소지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3일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워싱턴D.C.의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로켓 발사가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다를 바가 없는 도발적인 행위”라면서도 “압박이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은 아니며, 인센티브(유인책)를 결합해야 한다”고 밝혀 로켓 발사 이후 미국이 강경일변도로 치닫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로켓 발사 이후 `장기적인 과제’인 6자회담으로 복귀하는 문제를 파트너들과 매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은 로켓 발사에 따른 소란이 진정되면 6자회담을 재개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합리적인 기간 내에 6자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동안의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전체 국면은 일단 협상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중심으로 협상 재개 방안이 집중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미미할 경우 협상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의외로 새로운 협상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제재 움직임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전개되고 북한도 추가적인 위협행위를 지속할 때를 상정한 얘기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앞으로 오바마 정부가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국면조성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만일 더 극적인 상황조성을 원한다면 추가 위협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2006년의 경우처럼 미사일에 이어 핵실험을 다시할 가능성도 있고 남측을 향한 강경대응조치도 잇따를 수 있다.

다만 지난 16년에 걸친 북한의 지루한 ‘핵전술’에 대해 국제사회의 학습효과가 확산된데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이런 상황에서 영향력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중국의 존재 등이 겹칠 경우 북한이 과거와 같은 화려한 위협전술을 계속 구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이미 6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고 신체이상설까지 나오는데다 후계체제 구축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하는 등 체제 내부의 이완요소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20년대 경제대공황에 비견될 극심한 경기위축에 시달리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계속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선택의 방향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