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돈주, 쌀 145kg 살 수 있는 돈 내고 겨울구두 장만”

진행 : 요즘 날씨가 정말 많이 추워졌어요.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갈수록 더 두터워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에서도 날씨 변화에 따라 주민들의 옷차림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겨울 신발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 강미진 기자 나와 있는데요, 강 기자 관련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날씨가 하도 차서 이번주에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구두를 신고 출근했는데요. 한국보다 날씨가 더 추운 북한에서는 겨울이 되면 겨울 용품들이 잘 팔리곤 하답니다.

특히 최근에는 솜을 넣어서 만든 동화(冬靴)보다 겨울용 구두를 구매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 2010년대 초보다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조금 나아지고 있어 생활필수품에 있어서도 고급상품을 찾는 주민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012년부터 수집된 북한 시장에서의 겨울구두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해마다 비싼 겨울 구두가 팔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 북한 매체나 방북 외국인들을 통해 공개되는 사진·영상을 보면 주민들의 생활이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그런 건 아니겠죠? 

기자 : 네. 맞습니다.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이 사라졌잖아요. 그래서 인지 살림살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이전보다 못 살게 되는 일도 있죠.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성장과정에서 볼 수 있는 빈부 격차가 북한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겁니다.

저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한 주민은 확실히 점점 나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전 같으면 화장품 하나를 보내줘도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최근에는 아이들 노트북 구입을 고민한다든지, 값비싼 구두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지난해 말 통화한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은 같은 도 곽산군에 있는 친척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에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폭삭 망해버렸다는 거죠. ‘하루 밤 묵을 정도도 아니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기분이 안 좋더군요. 

진행 :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조금 나아진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네요, 다시 구두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최근 장마당에서 값비싼 구두를 구매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인거죠?

기자 : 네,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소식을 전한 주민에 따르면 해마다 고급 구두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거죠, 장마당 돈주(신흥부유층)들과 무역관련 일꾼 아내, 그리고 탈북민 가족이 주 고객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의 특성상 1년 내내 정치행사가 많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외출용으로 한두 켤레씩 장만하고 있어 신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어떤 주민이 신는 겨울구두에 대한 평가가 좋으면 통 크게 지갑을 여는 주민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비싼 겨울 구두를 구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라고 하는데요, 북한 시장경제의 주름잡고 있다는 점에서 구매를 할 때에도 자유롭지 않을까 싶고요, 김정은 부인 리설주 등장 이후 북한 여성들이 외모에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0대 초반에만 해도 군대 동화가 인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겨울용 구두가 군대 동화를 제쳤죠. 농촌지역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도 행사용으로 여름과 겨울 구두는 꼭 마련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농촌에서는 천 재질의 혜산 신발이나 신의주 신발을 주로 신었었지만 최근에는 여건이 된다면 구두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진행 : 겨울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겨울 구두의 가격,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제가 조사한 바로는 2012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정말 가격 차이가 크더군요. 북한 소식통이 전한 것처럼 주민들의 생활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 상품의 질과 가격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용 여자구도가 지난 2012년엔 싼 것은 9만 원, 비싼 것은 11만 50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졌어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면 싼 것은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비싼 것은 무려 65만 원에 판매되는 것도 있더군요. 그러니까 이렇게 비싼 구두를 사는 여성들도 나오는 겁니다. 

현재 북한 양강도 시장에서 쌀 1kg에 4500원 정도 하거든요. 이렇게 계산해 보면 구두 한 켤레 가격인 65만 원은 쌀 145kg을 살 수 있는 큰돈입니다. 이는 3인 가족이 3개월을 먹을 수 있는 양이거든요. 보통 큰마음을 먹지 않으면 망설일 법도 하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니 정말 대단하죠. 북한 주민들이 쌀 사먹을 돈으로 이런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요, 우리집 신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발들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네요. 언젠가는 통일이 돼 남북이 서로 오가게 되는 날, 이런 소망이 실현될 거라는 기대에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진행 :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말 원산 신발공장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요. 이곳을 방문하면서 ‘국산화’를 강조했어요. 그런 점에서 북한 시장에서 팔리는 구두의 생산지가 궁금하더라고요.

기자 : 네, 현재까지는 중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김정은이 신발공장을 찾아서 신발 풍년이 들었다고 좋아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풍족하지는 않은 셈이죠.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원산구두공장에서 만든 사출장화 ‘삼일포’도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었거든요.

또한 북한 당국의 우려와는 달리 주민들은 한국산을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다만 겨울 구두의 경우 한국산보다 중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한 주민은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서 한국산 물건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진행 : 중국산 상품들이 북한 시장에 유입되는 경로를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네, 대부분 상품은 북중 세관을 통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데요, 일부 상업망들에 유통되기도 하지만 많은 양이 시장으로 유입되게 됩니다. 각 무역 회사들에서 들여오는 중국산 제품들도 일부 관련단위들에만 공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도 흘러들어간다는 점은 이제는 새로운 사실도 아닙니다.

그리고 밀수꾼들을 통해서도 상당한 양의 상품들이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밀수꾼 한 명이 십 수 명의 도매 장사꾼들이 장사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고, 또한 이런 도매 장사꾼들이 수십 명의 장마당 장사꾼들과 연계되어 있는 거죠. 그리고 장마당에 앉아 있는 장사꾼은 하루에도 백여 명이 넘는 주민들과 거래를 하구요. 이런 구조를 통해 상품이 전국으로 유통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 : 촘촘히 짜여진 구조에 따라 북한 시장화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네요. 마지막으로 지난주 장마당에서의 물가동향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새해 들어 북한 전체 지역에서 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500원, 신의주 4160원, 혜산 456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100원, 신의주 1120원, 혜산은 11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40원, 신의주 8000원, 혜산은 819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과 혜산은 1200원, 신의주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700원, 신의주 12000원, 혜산 13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050원 신의주 8060원, 혜산에서는 82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500원, 신의주 5700원, 혜산은 5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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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